오피니언 과학 칼럼

지구형 행성은 1000억 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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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조현욱
과학평론가

지구의 나이는 45억여 년, 생명체가 나타난 것은 35억~40억 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시기는 들끓는 용암과 화산의 불바다와 혜성과 운석의 융단 폭격이 그치고 환경이 비교적 안정된 뒤 불과 몇 억년 지나지 않은 때다. 지구에서 이토록 이른 시기에 자연법칙에 따라 무생물로부터 생명이 발생했다면 우주의 다른 곳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우리 은하(밤하늘의 은하수가 그것이다) 내에서 지구형 행성을 찾으려는 것이 미항공우주국(NASA)의 ‘케플러 계획’이다. 2009년 3월 발사된 케플러 우주선은 미리 선정한 15만여 개의 항성을 관측해 행성의 존재 여부와 크기 등을 파악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지난 2일 NASA의 케플러 우주망원경 분석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새로 관측된 행성 후보는 1200여 개에 이른다. 지구만 한 것이 68개, 지구 2배 크기까지의 ‘수퍼 지구’가 288개, 해왕성 크기가 662개, 이보다 큰 것이 184개다. 이들 ‘후보’ 대부분은 몇 개월 내지 몇 년간의 추가 관측 후에 ‘행성’으로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중 주된 항성에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아서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거주 가능(habitable)’ 영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후보는 54개다. 그중 5개는 지구와 비슷한 크기다.

 기존에 발견된 외행성 300여 개 중 ‘거주 가능’ 영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두 개뿐이었다. 지구로부터 약 20광년 떨어진 천칭자리의 적색 왜성 글리제581 주위를 도는 글리제 581g가 그중 하나다. 지난해 9월 천체물리학 저널에 지구의 1.2~1.4배 크기인 ‘수퍼 지구’로 발표됐다.

 물론 이런 조건을 충족한다 해도 실제로 생명이 존재할 수 있으려면 목성 같은 가스체가 아니라 암석형 행성이어야 하고, 물도 풍부해야 한다. 지구는 생성 초기에 혜성(먼지가 많은 얼음덩어리)들에 대량 폭격을 당하는 행운이 있었지만 이는 우주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 은하 내 항성의 숫자는 2000억~4000억 개로 추산된다. 케플러 망원경의 관측 범위는 하늘의 약 400분의 1에 불과한 데다 이번에 분석된 것은 2009년 5~9월, 불과 4개월간의 관측 결과임을 기억하자. 카네기 과학재단의 앨런 보스(Alan Boss) 박사는 2009년 “우리 은하 내의 거주 가능 행성은 1000억 개에 이를지도 모른다”면서 “이 중 많은 곳에 박테리아 같은 단순한 형태의 생명체가 살고 있을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런 행성 중에는 문명을 건설할 정도로 생명체가 진화한 곳도 있을지 모른다.

조현욱 과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