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인학생들 "새 우주시대, 우리가 열어간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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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 크리스천 하이스쿨 한인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우주 실험장치 'ISS 큐브랩'을 들고 프로젝트 담당 교사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 페어웨더 교사, 제임스 윤 페에웨터, 제임스 리, 박태현, 댄 살다나 교사.

박태현(왼쪽)군이 팀원과 함께 'ISS 큐브랩' 실험 장치를 시험해 보고 있다.

국제 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내져 우주에서 시행될 실험에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의 한인 고등학생들이 한 몫을 담당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산호세 소재 밸리 크리스천(VC) 고교에 재학중인 박태현(17) 제임스 리(17.한국명 대경) 제임스 윤 페어웨더(16) 등 3명의 한인 학생을 비롯한 22명의 학생들은 '우주환경에서의 식물발아 생장 및 관찰 실험'을 통해 지구와 우주에서의 식물성장을 비교하게 될 'ISS 큐브랩'이라는 실험 장치를 개발했다.

디자인에서부터 부품 제작까지 이들이 직접 완성한 ISS 큐브랩은 씨앗이 무중력 상태에서 어떻게 다르게 자라는지 비교하는 실험장치로 자동으로 빛과 물을 씨앗에 주기적으로 공급하도록 고안됐다.

이 실험장치는 지난달 21일 무인 우주화물보급선 로켓에 실려 발사됐으며 ISS와 도킹에 성공해 ISS에 머물고 있는 우주인들에 의해 매일 결과가 보고될 예정이다.

VC고교는 현재 미항공우주국(NASA)의 협력회사인 '나노랙스'와 파트너십 관계에 있으며 NASA와 나노랙스간의 우주협정에 의해 VC고교가 ISS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됐다.

특히 이번 개발은 사상 처음으로 관련분야 전문가가 아닌 고등학생들이 직접 연구 디자인 제작 모의실험을 거쳐 우주선에 탑재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로봇팀 팀장으로서 이번 실험에 큰 기여를 한 박태현군은 "실험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 힘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했다는 것이 뿌듯하다"며 "이번 실험을 계기로 한인 학생들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ISS 프로젝트를 담당한 VC고교 댄 살다나 교사는 "지구와 우주에서 식물이 자라는 차이점을 관찰해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교육적 자료로 활용되며 장래 우주식량 생산 시스템 개발에도 기여가 가능한 중요한 실험"이라며 "태현군을 비롯해 한인 학생들이 이번 실험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고 전했다.

ISS는 미국과 러시아 등 세계 16개국에서 참여해 건설한 대형우주구조물(유인우주선)로 정해진 궤도를 돌며 위성이나 미사일 등을 발사하고 우주선에 연료를 보급하기도 하며 여러가지 과학실험이 행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2008년 4월 ISS에 머물며 과학실험을 수행한 곳이기도 했다.

'ISS 큐브랩' 제작 주도한 박태현군 "우주항공 분야 최고 될래요"

우주 실험장치 개발에 중심적 역할을 했던 산호세의 밸리 크리스천 고등학교 박태현군은 "로봇·항공우주 공학 분야 최고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교우들과 함께 중력상태와 무중력상태에서 식물의 성장과정을 비교하는 'ISS 큐브랩'이란 실험장치를 개발한 박군은 이번 프로젝트 로봇팀 팀장으로 활약했다.

다음은 박군과의 일문일답.

- 어떻게 팀에 선발돼 팀장을 맡게 됐는가.

"지난 해 학교에서 ISS 프로젝트 참가 모집공고를 보고 에세이와 함께 신청했다. 에세이 내용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무엇인지, 그 능력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해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한 서술이었다. 그 후 인터뷰를 통해 선발이 됐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웃음) 작년에 교내 방과후 프로그램인 로봇공학 수업에 참여한 경험이 아무래도 팀의 리더가 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 이번 실험을 통해 배운점은.

"로봇, 우주 관련 지식은 물론이고 팀원들과 의견교환, 상의를 통해 대화하는 법을 많이 배우고 무엇보다 팀워크의 중요성에 대해 배우게 됐다. 또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효율적인 시간관리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번 실험을 통해 배운 지식을 앞으로 수학, 과학, 물리, 화학 등 여러 과목에 응용할 수 있어 더욱 값진 경험이었다."

- 장래희망은.

"로봇공학이나 항공우주분야를 공부하고 싶다. 최근 들어 스포츠, 연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한인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나도 로봇·항공우주 공학 분야의 1인자가 돼 한국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

- 꿈을 이루고자 하는 한인 학생들에게 조언.

"미국에 온 지 4년밖에 안 돼 초기에는 문화와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많이 힘들었다. 언어도 익숙하지 않고 미국 친구들 사이에서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늘 앞섰다. 하지만, 항상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방과후 특별활동, 운동, 각종 프로젝트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친구들과의 관계도 넓어지고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든 즐거운 마음을 갖고 적극적으로 뛰어들면 불가능한 일은 없는 것 같다."

양정연 기자 jya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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