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WTO 가입 ]한국의 대응전략…고부가품에 승부 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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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WTO가입은 한국 경제에 '기회' 인 동시에 '위협' 이 될 전망이다.

거대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동시에 세계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개방의 폭이 확대되는 금융.보험.정보통신.자동차 등에서는 중국 진출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환영하는 반면'중국산 제품이 바싹 추격하고있는' 섬유.가전 등은 국내시장은 물론 세계시장까지 내주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업종별 득실과 향후 전략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중국의 WTO 가입 이후의 영향에 대해서는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석유화학.정보통신기기 등은 전망을 밝게 보는 반면 자동차.섬유 등은 단기적으론 괜찮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큰 위협이 될 것으로 기대 반 우려 반이 뒤섞인 모습이다.

◇ 가전업계〓월마트.K마트 등 미국의 대형양판점에 대한 중국 저가제품의 공세가 강화돼 한국 제품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은 20인치 이하의 TV, 250~350ℓ급 중형 냉장고 등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들을 해외 생산기지로 이전하는 시기를 앞당겨 가격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김해룡과장은 "2002년 중국의 디지털방송을 겨냥해 디지털TV.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등 중국특성에 맞는 디지털 관련 제품을 개발해 수출, 일본.유럽 등 경쟁국보다 중국시장을 선점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 자동차〓지구상의 마지막 황금시장이라는 중국이 열린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수출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일본이나 유럽.미국 차에 비해 국산차가 갖는 가격경쟁력이 중국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중국내 현지 공장설립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중국 자동차메이커들이 기술력을 갖추는 5년 이후 이들과 세계시장에서 격돌해야 한다는 점에서 업계는 오히려 긴장하고 있다.

◇ 철강〓중국이 WTO에 가입해도 철강 수출은 별로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이 철강에 붙는 관세를 평균 10.6%에서 2004년까지 8%로 내리지만 정작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열연코일과 냉연코일은 관세가 조금만 내리기 때문이다.

또 중국은 2004년까지 지금의 수입쿼터를 계속 적용한다는 방침이어서 수출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석유화학〓중국이 유화제품의 주요 수입국이라는 점에서 국내 유화업체들의 수출 전망이 매우 밝다. 중국의 연간 유화제품 총수입량은 9백만톤 가량으로 이중 한국산이 3백만톤을 차지, 시장점유율이 30%에 이른다.

현재 16~18%에 이르는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PVC 등 각종 합성수지의 중국 관세율이 8%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돼 수출증가 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는 중국이 별도의 비관세 장벽을 통해 수입증가를 억제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섬유.의류〓단기적으로는 중국의 의류 완제품 수출 확대에 따른 원부자재 수요 증가로 수출 신장이 기대되나, 장기적인 측면에선 중국의 경쟁력 상승으로 국내 업계에 위협적인 요소가 될 전망이다.

섬유에선 폴리에스터.나일론 등 합성섬유 및 원료는 대중국 수출이 확대되는 반면, 면.마 등 천연섬유는 국내 시장을 더 내줄 것으로 보여 수출입이 모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의류 완제품의 경우는 중저가 중국산의 국내 유입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제3국 시장에서도 시장을 상당 부분 내줘야 할 것으로 보여 국내 업계의 고전이 예상된다.

◇ 종합상사〓대(對)중국 교역량이 증가하고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종합상사들은 중국 현지 사무소의 법인화, 현지전문인력 강화, 판매망 확충 등 다각적인 대응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 금융〓국내 금융기관들은 중국의 WTO가입으로 단기간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다양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 상반기말 현재 한국금융기관의 중국 금융기관에 대한 투자는 약 20억달러 규모이며, 중국에 진출한 금융기관은 지점.사무소.합작법인을 합해 모두 21개(점포는 25개). 아직은 현지 업무가능성 파악과 한.중간 교역 등 실물부문에 대한 지원역할을 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으나 앞으로는 본격적인 금융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금융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중국의 금융자산규모는 개혁개방 정책이 시작된 78년 이후 40배 이상 늘어났으며, 앞으로도 중국 국내총생산보다 금융자산이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최의현 전문연구원은 "중국은 향후 5년내에 지역제한 해제와 소매금융 허용을 약속했다" 면서 "금융.보험분야 투자를 늘려야 한다" 고 말했다.

◇ 보험〓보험업계에서는 막대한 잠재시장인 중국의 문호 개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중국보험시장의 성장을 예측하면서 지난해 1백50억달러였던 시장규모가 내년에는 2백30억달러까지 성장, 세계 10대 보험시장의 규모를 갖출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010년이면 5백90억달러 규모까지 늘어나 한국시장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현재 외국보험사에 대해 한 나라에 하나의 보험사만 진출을 허용하는 '1국1사 원칙' 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외국인의 합작회사 지분율을 33%(3년뒤 49%까지)로 확대하기 때문에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 통신〓국내 기업이 중국의 통신서비스에 본격 진출한 사례는 ▶한국통신의 안휘성 휴대폰사업 ▶대우통신의 흑룡강성 휴대폰사업 등이 고작이다.

중국은 외국기업이 중국기업과 손잡고 중국에서 통신사업을 하는 '외중중(外中中)방식' 으로 간접 또는 우회적인 외국인 지분참여를 허용해오다 지난해부터는 외국기업과 합작을 억제하는 바람에 추가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중국의 WTO가입은 통신분야에서도 직접적인 투자를 가능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정보통신부는 중국 정부가 한국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 디지털휴대폰서비스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는 점을 중시하고 이를 중심으로 양국간 협력관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양국간 장관급 협의를 정례화하고 차세대 영상휴대폰(IMT-2000)기술개발도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

◇ 건설〓건설업계는 중국의 WTO가입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중국의 건설시장은 외형상 거대한 황금어장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업체에 대해서는 면허를 발급해주지 않는 등 지극히 폐쇄적이어서 진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의 인건비가 턱없이 낮고 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어 우리 업체들이 이에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경제부·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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