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처원에게 10억 누가 줬나]

중앙일보

입력

박처원 전 치안감에게 선뜻 10억원을 건넨 인물은 누구일까. 朴전치안감은 88년 6월 경찰은 퇴직한 직후 '익명의 독지가' 가 준 것을 치안본부 차장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주장, 돈의 출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가 퇴직할 당시의 치안본부장은 조종석 (趙鍾奭.67)
씨로 1차장 (경무)
홍명균 (洪明均)
, 2차장 (경비)
김효은 (金孝恩)
, 3차장 (수사.방범)
김원환 (金元煥)
, 4차장 (정보)
이종국 (李鍾國)
, 5차장 (대공)
백형조 (白亨祚)
씨였다. 朴씨의 후임자인 白씨는 "朴씨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 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당시 10억원이면 엄청난 돈인데 경찰조직내에서 이를 건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朴씨가 재산형성 과정을 밝히기 어려워 경찰에서 받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어쨌튼 朴전치안감의 주장을 액면대로 믿는다면 자금 제공자는 일단 대공수사의 1인자인 그의 몰락을 애석해 하던 인물일 수 있다. 때문에 실제로 독지가였다면 공산주의자들에 적개심을 품은 재산가일 가능성이 크다.

반공을 내세운 우익단체였을 확률도 다분하다. 돈 규모로 봐 개인보다는 단체가 줬을거라는 추리가 보다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공식단체일 경우 어떻게 자금을 조성했는가가 의문으로 남는다. 이런 이유로 안기부에서 주지 않았느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업무상 그는 안기부 간부들과 깊은 유대를 맺고 있었을게 확실하다.

안기부 자금은 많은 경우 구체적인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 쓸 수 있다. 그의 활약을 익히 아는 안기부 고위간부가 결정, 자금을 제공했다면 별 탈 없이 넘어갈 수 있었을거란 얘기다.

끝으로 그가 경찰공금을 유용, 조성한 자금일 가능성도 배제할순 없다. 그러나 공개적인 조직내에서 그만한 돈을 빼돌린다는 것은 쉽지 않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어떤 경우든 11년전 이뤄진 일이어서 은행 전표 등이 보관돼 있지 않으면 물증확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정호.김기찬 기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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