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공무원 “복지사업 복잡 … 몇 개인지 나도 정확히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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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 정말 많고 복잡해요. 소관 부처에서 나오는 지침서만 20∼30권입니다.”

 26일 경기도청 박춘배 복지정책과장은 복지사업 지침서를 한 무더기 들고 오며 고개를 저었다. “중앙만 해도 이런데, 광역이나 기초 지자체에서 하는 사업도 많습니다. 이런 게 몇 개인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행정안전부가 파악하고 있는 중앙부처의 복지사업은 292개다. 지자체 보건소 사업까지 합하면 600개라는 주장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청소년 인터넷 중독 상담 사업을 3월 중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은 청소년 정책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의 핵심 사업이다. 정보화마을 사업을 하는 행안부, 게임산업을 다루는 문화체육관광부도 비슷한 일을 한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복지부가 왜 그런 사업을 하느냐”며 의아해했다. 아동·청소년 돌봄 관련 사업도 세 부처가 발을 담갔다. 지역아동센터 사업(복지부),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여성부), 초등돌봄교실(교육과학기술부)이 그것이다. 방과후 아카데미는 지역아동센터 사업과 통폐합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여성부가 복지부에서 분가하면서 살아남았다. 국회 예산정책처 김대철 예산분석관은 “복지라는 업무의 영역이 워낙 다양해지고 넓어지다 보니 다른 부처에서도 자꾸 하려 하고, 정비하고 난 다음에도 새로운 사업이 생기고 또 생긴다”고 지적했다.

 다문화 가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예산도 크게 늘었다. 그러자 이름만 바꿔 여기저기서 경쟁적으로 달라붙었다.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말 “8개 부처에 2011년 다문화 사업 관련 예산이 887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41% 증가했지만 부처 간 사업 중복으로 업무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취업지원 민간 위탁 사업을, 여성부에서는 여성 일자리 지원 사업을 벌인다. 다문화 전문인력 양성 사업은 더하다. 여성부·문화부·법무부·행안부가 나섰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관이 자기 사업을 만들고 단체장은 득표용으로 복지정책을 쏟아낸다”고 지적한다. 장수수당(일명 효도수당)이 한 예다. 전국 20여 지방자치단체가 3세대 이상이 함께 살거나 80∼90세 이상인 노인에게 월 3만∼1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가정 형편을 따지지 않고 모두에게 지급한다.

 한림대 최균(사회복지학) 교수는 “부처 간 칸막이가 심하다. (복지 서비스를) 마구 만든다. 장애인이고 노인이고 그리 한다” “부처 간 서비스를 통합·조정하는 기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권근영·박유미·최모란·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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