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호흡하는 탱화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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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화가 예배대상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의 미술작품으로 생각하고 감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한국화가가 더 어울릴 것 같은 탱화작가 고영을(高永乙.44.여) 씨가 '아름다운 세상' 을 주제로 11일부터 이달 말까지 광주 북구청 1층 민원실에서 10호 크기 탱화 20여점을 선보인다.

동판화와 실크스크린 등 독특한 기법을 곁들여 현대적 감각에 맞게 불교적 내용을 도상화한 작품들이 다수 출품된다. 예불형식의 일반적인 탱화는 벽화처럼 대작이지만 이번 전시되는 탱화작품들은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소품형식으로 그려졌다.

세계적 명화로 기록되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만찬' 처럼 종교적 한계를 벗어나 탱화도 편하게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작가의 의도가 짙게 깔린 작품들이다.

그러나 高씨는 "자신의 탱화가 현대적 감각을 추구한 작품들이지만 결코 불경의 넓고 큰 뜻을 그대로 옮긴다는 탱화 교유의 존재가치를 변질 시킨것은 아니다" 며 독특한 작화 의도를 밝힌다.

대학시절 서양화를 전공했던 高씨는 지난 81년 졸업과 함께 "지극한 정신이 깃들여 있다는 점과 세필로 낱낱이 표현되는 작법의 묘미" 에 이끌려 탱화 무형문화재였던 구봉 스님(98년 열반) 을 찾아가 탱화에 입문했다.

탱화작가로는 드물게 광주-서울-대구-파리를 잇는 4차례의 릴레이 개인 및 초대전을 가졌다. 또 헝가리 기욜비엔날레와 광주비엔날레 후원전, 세계현대여류작가 초대전 등에도 참가하는 등 그동안 활발한 활동을 폈다.

탱화 무형문화재 이수자로 지정된 高씨는 "'유명 갤러리에서 전시돼 썰렁하게 방치되는 미술품과 달리 '모두가 부담없이 보고 느낄 수 있게 하자는 뜻에서 구청전시실을 택했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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