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View 파워스타일] 프로농구 SK 운영팀장 전희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5면

그의 별명은 ‘에어본(airborne·공수부대)’이다. 공수부대원이 하늘에서 적진에 침투하듯 고공에서 내리꽂는 ‘덩크슛’은 그의 전매특허였다. 프로농구 SK나이츠의 전희철(38) 운영팀장. 1990년대 초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2008년 은퇴까지 화려한 기술과 힘으로 그물을 뒤흔들었다. “어떤 분들은 ‘나는 뼈다귀(air+bone)’로 착각해요. 제가 워낙 마른 체형이라서….”

 1m98㎝ 우월한 ‘기럭지’는 모델급 맵시를 뽐냈다. 몸무게 94㎏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맞는 옷이 있을까, 궁금했다. “오늘 입은 슈트는 압구정동 오델로에서 맞췄어요. 여주아울렛의 아르마니·보스 매장도 큰 옷을 살 수 있어 자주 찾고요.” 단순한 로퍼 스타일의 검정 구두는 해외에서 구입한 토드 제품이다. 발 크기는 295㎝다. 기자 구두를 대보니 영락없는 ‘케미슈즈’다. 옷이며 신발 구하기가 힘들어 해외 경기 때마다 ‘빅 사이즈’만 보이면 사는 버릇이 생겼다. “제게 자주 지름신이 내리는데 아마 그때 습관이….”

 그는 은퇴 뒤 코치를 하다 지난해 7월부터 구단 운영팀장을 맡았다. 팀 살림도 맡고, 선수들과 구단 사이에서 조율사 역할도 한다. “처음으로 사무직을 해봤어요. 우려도 있었지만 코트 밖 더 큰 세상을 경험하니 좋아요. 이것도 지도자 수업의 일부로 생각해요.”

 당시 어려운 변신의 순간에 아내가 선물한 게 샤넬 J12 시계 ①였다. “평소 갖고 싶었던 건데 편지와 함께 내밀더라고요. ‘새로운 길을 가니 시간 잘 쪼개 쓰고, 아껴서 활용하라’고 적었고요. 울컥했죠.” 그런 배필을 만난 게 “인생 최고의 덩크슛”이라고 했다. 스튜어디스 출신인 아내(키 1m73㎝)는 현재 경기도 수지의 집 근처에서 베트남 쌀국수 체인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다.

 선수 생활을 돌아보며, 또 새로운 용기를 불어넣을 때마다 바라보는 게 수십 개의 농구대회 기념 배지가 꽂혀 있는 모자 ②다. “어머니가 해외경기 따라올 때마다 하나씩 배지를 모으시더니 주시더라고요. 제 인생을 증언하는 기념비 같은 거죠.”

 그는 스스로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라고 불렀다. “노트북을 두 달 넘게 써본 적이 거의 없어요. 신제품이 나오면 못 참아요. 무조건 바꿔 써보죠. 원래 기계 만지는 걸 좋아해요.” 사무국에 있으면 컴퓨터 쓸 일이 많은데 낯설지 않았단다. 그가 잘 적응한 비결이다. 요즘 끼고 다니는 태블릿PC 갤럭시 탭 ③도 그런 성격에 서둘러 구입했다. 경기장 이동 때 게임도 하고 사무국 직원들과 정보도 교환한다.

 무엇보다 그의 스타일을 지탱해 주는 건 ‘관리’다.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씩 팔굽혀펴기 100회, 윗몸일으키기 300회, 앉았다 일어나기 100회를 해요.” 그러니 체중도 은퇴 때와 똑같다. “알이 밴 듯한 느낌, 그게 좋아요. 긴장감을 유지하는 거죠. 몸이나 일이나 모두요.”

김준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