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3점슛 7개 던져 6개 쏙쏙 33점…존슨에 넋나간 전자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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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제스퍼 존슨(왼쪽)을 비롯한 KT 선수들이 전자랜드 서장훈(가운데)을 에워싸고 끈질긴 수비를 하고 있다. 1, 2위 팀 간의 대결에서 존슨은 양팀 선수 중 최다인 33점에 6리바운드를 따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서장훈은 23점을 올리며 분전했으나 팀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부산=연합뉴스]

KT 제스퍼 존슨(28·1m98㎝)의 원맨쇼였다. 3점슛(7개 중 6개 성공)은 던지는 대로 림을 통과했다. 골밑에서는 전자랜드 장신숲을 마음껏 휘저었다. 장내 아나운서는 경기 내내 존슨의 이름을 수십 차례 외치느라 바빴다.

 존슨은 21일 부산에서 열린 프로농구 전자랜드와의 홈 경기에서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33점을 올려 팀의 82-69 승리를 이끌었다. KT는 25승9패가 돼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2위 전자랜드(22승11패)는 시즌 첫 3연패를 당해 KT와 승차가 2.5경기로 벌어졌다.

 존슨은 ‘가장 상대하기 힘든 외국인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항상 “전자랜드의 허버트 힐(2m4㎝)”이라고 답했다. 그는 “힐은 외국인 선수 중 가장 기술이 좋다”고 칭찬했다. 존슨은 올 시즌 힐과 세 차례 맞붙어 모두 부진했다. 3경기에서 평균 14.3점밖에 올리지 못하며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쳤다. 반면 힐은 평균 18점으로 제 몫을 해냈다. 상대 전적도 1승2패로 KT가 밀렸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존슨은 1쿼터가 시작하자마자 3점슛 3개를 연거푸 넣으며 시동을 걸었다. 2쿼터에는 혼자 15점을 쓸어 담으며 점수 차를 벌렸다. 수비가 앞에 있어도 과감했다. 6개의 3점슛 중 5개가 힐을 앞에 두고 나왔다. 힐이 슛을 막기 위해 손을 높이 들고 있어도 개의치 않았다.

 존슨은 골밑에서도 자신보다 6㎝나 큰 힐을 압도했다. 130㎏이 넘는 거구지만 빠른 스피드와 탄력으로 맞섰다. 2쿼터 중반에는 KT 박상오의 슛이 빗나가자 힐보다 더 높이 뛰어 올라 리바운드한 뒤 2점슛을 성공시켰다. 상대 수비에 빈틈이 보이면 드리블로 골밑까지 치고 들어와 슛을 던졌다. 힐과 문태종을 앞에 두고 몇 차례의 슛 속임 동작 후 성공시킨 골밑슛은 압권이었다.

 전창진 KT 감독은 존슨의 슛이 들어갈 때마다 “좋아, 좋아”를 외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존슨은 2쿼터까지 24점을 올렸다. 팀이 전반에 기록한 47점의 절반 정도를 책임졌다. 전 감독은 2쿼터가 끝난 뒤 선수들에게 “존슨의 슛 감각이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수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슨은 전 감독의 지시를 그대로 따랐다. 3쿼터부터는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했다. 3쿼터에는 세 차례나 가로채기에 성공하며 KT의 속공을 도왔다.

 반면 힐은 이번 시즌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26분 동안 단 8점밖에 올리지 못했다. 힐은 존슨에게 슛을 허용할 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자랜드는 서장훈(23점)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한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부진했다.

 대구에서는 원정팀 모비스가 오리온스를 80-70으로 꺾고 5연승을 달렸다. 2년차 가드 최윤호가 14분 동안 뛰며 12점(3점슛 2개)을 따내는 깜짝 활약을 펼쳤다. 8위 모비스는 7위 SK를 한 경기 차로 바짝 추격했다.

김환 기자

◆프로농구 전적(21일)

▶부산

KT(25승9패) 82-69 전자랜드(22승11패)

▶대구

오리온스(9승25패) 70-80 모비스(12승2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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