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조기 유학의 힘 “한국을 알아야…”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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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학생으로 미국에 왔다가 결혼해 4살난 아들을 둔 이민호(36) 씨. 이 씨는 5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행을 택했다. 어느 정도 자리잡힌 미국생활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이유는 순전히 아들 때문이다. 이 씨는 아이가 컷을 때는 한국을 안다는 것이 큰 무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한다. 한국서 2~3년 체류할 생각이다. 회계사인 이 씨는 한국 회계법인에 취직했다.

#. 샌디에이고에서 유학하다 1.5세와 결혼해 일곱살 딸은 둔 임수정(38) 씨. 임 씨는 3년간 한국에서 살다가 지난 여름 미국에 다시 돌아왔다. 한인 2세인 딸의 경쟁력은 한국말과 한국문화를 안다는 것. 딸이 한국에서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아예 한국에서 키운 것이다. 지난해 가을,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아이라 그런지 영어도 금방 익히고 수업도 문제없이 따라가고 있다.

역 조기 유학(연수)이 늘고 있다.

어린 나이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어학연수나 유학을 오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난 어린 자녀를 한국에서 키우는 것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교육적인 목적도 있지만 한국 문화, 예절, 가족문화 등을 위해 한국행을 택하는 한인 부모들이 늘고 있다. 전에는 방학동안 모국방문, 교환학생, 인터내셔널 스터디를 보내곤 했지만 최근에는 아예 어렸을 때 한국에 2~3년 가량 보내는 것이다.

이런 결정을 하는 학부모는 주로 30대로 1세와 1.5~2세 모두 해당된다. 이들의 공통된 이유는 한국문화의 장점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하고 확실한 정체성을 심어주자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시대에 다른 언어를 하고 다른 문화를 체험한 것이 경쟁력이 되기 때문에 자녀가 미국과 한국 양쪽 문화를 고루 체험할 수 있도록 역 조기 연수나 유학을 결정한다. 또 한류가 뜨면서 한국 연예인이나 컨텐츠 뿐만 아니라 한국음식,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이제는 한국에 갔다온 것이 학교생활에서 아이의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방학 동안 여섯살 된 아들을 한국에 사는 시부모에게 맡긴 2세 줄리 김(37) 씨는 "내 경우를 보면 자라면서 모국을 잘 모른다는 것이 여러 면에서 크게 아쉬웠다"며 "경험상 아이가 한국과 미국을 알면 자라서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국으로의 역 조기 유학을 경험한 부모들은 대부분 그 결과에 만족스러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세인 정 모씨는 “시기적으로 아이가 언어 습득력이 뛰어나 학업에 문제가 없어 다행이고 갔다와서는 부모에게 공손해지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알게 돼 너무 좋다”며 “특히 한국에 있으면서 수학 학원에 다녀서인지 수학실력이 출중해 졌다. 앞으로는 2년에 한 번 정도 방학때 한국에 보내 수학 공부를 집중적으로 시키겠다"고 말했다.

박 모씨는 “갔다왔다 하며 적응하느라 아이가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이도 한국말 하고 새로운 친구, 색다른 경험을 한 것에 대해 좋아한다”며 “단점으로는 욕 같은 나쁜 것을 먼저, 빨리 배우게 되는데 어차피 그런 것은 한 때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되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다”고 전했다.

LA중앙일보=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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