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정치권 이어 청와대까지 … ‘함바 게이트’로 번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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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식당(속칭 ‘함바집’) 운영권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상봉씨가 “배건기 청와대 내부감찰팀장에게도 청탁 로비를 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대형 건설사, 경찰에 이어 정·관계까지 ‘함바집 비리’에 휘말리는 형국이다. 유씨의 진술이 관련자 계좌추적 등을 통해 물증으로 확인될 경우 유씨의 사기사건은 대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경찰이었던 배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당시 서울시에 파견근무를 했고 현 정부 출범 후 청와대에서 내부 감찰팀장을 맡아왔다. 민정수석실에 소속돼 있는 내부감찰팀은 청와대 직원들의 비리 의혹을 조사하고 공직 기강을 잡는 곳이다.

 현재 배씨는 자신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씨가 자신과 관련된 진술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는 결백하다. 이런 자리에 있으면서 돈을 받는다는 게 가능한 일이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의 지인들도 “배 팀장은 저녁 약속을 거의 하지 않는 등 자기관리를 해온 사람”이라며 “유씨의 진술에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씨는 2009년 2월 폭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자동차 접촉 사고를 내고 한 시민과 시비를 벌인 것이 문제가 됐다. 배씨는 당시 “내가 누군 줄 아느냐. 청와대에 있다”고 말했다가 몸싸움을 벌여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한 달 뒤 서울동부지검은 당사자들이 합의를 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한 경찰 관계자는 “폭행 사건 이후 자숙하는 자세를 보여온 것으로 알려진 배 팀장이 함바집 운영업자의 돈을 받았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씨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장수만 방위사업청장과 최영 강원랜드 사장도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장 청장은 “돈을 받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최 사장은 “유씨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유씨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확인하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르면서 검찰은 최근 수사팀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에 부부장급 검사 한 명과 평검사 한 명을 추가로 배치했다. 조만간 검사 2~3명과 수사관들을 대거 추가해 수사 검사를 1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검찰은 유씨가 운영권 확보와 사업 확장을 위해 정·관계의 실력자들과 인맥을 형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씨가 “1억여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는 그가 총경이던 10여 년 전부터 친분을 유지했다고 한다. 검찰은 10일 강 전 청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시작으로 정·관계 인사들의 연루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승현·심새롬 기자

◆함바(飯場·はんば)=숙식(飯)을 해결하는 곳(場)이라는 의미의 일본말. 일제시대 때 건설현장 식당을 일컫는 말로 굳어진 것이다. 통상 건설회사가 근로자들의 식비를 추후에 결제하는데, 식당 임대료 부담이 없어서 높은 수익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일보는 오늘자부터 공사현장 식당 운영업자 유상봉(65)씨의 실명을 싣습니다. 그간 ‘유모씨’로 익명 보도를 해왔으나 검찰 수사가 경찰과 정·관계를 상대로 한 전방위 로비 의혹으로 확대되면서 독자에 대한 언론사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실명을 게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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