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슈퍼용병타자, 수난의 한국시리즈

중앙일보

입력

"내가 대포를 쏘겠다."

한국시리즈에서 침묵하고 있는 한화와 롯데의 주포 로마이어와 호세가 팀 승리를 위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국의 맥과이어' 로 평가됐던 로마이어와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호세는 올초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각각 1, 2번으로 지명된 대형 선수들. 지난해 7, 8위팀 한화와 롯데에 지명된 두 선수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팀의 4번타자로 활약하며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호세는 시즌 초반부터 한국야구에 적응해 한 경기 좌우타석 홈런, 통산 1만호 홈런 등 진기록을 작성하는 등 꾸준한 활약을 보였다.

시즌 타율 0.327.홈런 36.타점 1백22. 초반 부진했던 로마이어도 시즌 후반 무섭게 분발, 홈런 45개를 날리며 1백9타점.타율 0.292로 지난해 MVP 우즈(두산)에 버금가는 맹활약을 펼쳤다.

올시즌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인선수로 꼽힌다.

호세와 로마이어는 플레이오프에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대포를 쏘아올리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이들은 플레이오프에서 약속이나 한 듯 각각 3홈런.7타점씩을 올렸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는 이상스러울 정도로 두 거포 모두 부진하다.

롯데와 한화는 경기전 양 선수의 비디오테이프를 틀어놓고 투수들에게 두명의 장단점을 철저히 교육시키고 있다. 조금이라도 어려운 상황에 몰리게 되면 '볼넷'을 내주라고까지 주문하고 있다.

로마이어와 호세가 등장하면 상대팀에서는 '비상' 을 걸고 볼배합뿐 아니라 야수들의 수비위치까지 철저히 대비한다.

이 때문인지 로마이어는 11타수 1안타에 타점이 없고 볼넷만 6개 얻었다. 호세는 13타수 5안타로 타율은 높았지만 타점이 2점에 불과했다. 볼넷은 4개. 두 선수 모두 홈런은 없다.

그러나 견제에 말려 침묵하고 있을 로마이어와 호세가 아니다. 로마이어는 "한방으로 팀을 우승시키겠다" 는 각오고 호세는 "플레이오프의 화끈한 역전을 재현하겠다" 고 자신만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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