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동열(47·사진) 삼성 감독이 전격 사퇴했다. 후임 사령탑에는 한 해 후배인 류중일(47) 삼성 코치가 선임됐다.
삼성 구단은 30일 “선동열 감독이 구단의 변화와 쇄신을 위해 용퇴 의사를 밝혔다”며 “선 전 감독은 구단 운영위원을 맡아 팀 쇄신 작업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5년간 재계약한 선 전 감독이 임기를 4년이나 남기고 물러났다는 점에서 용퇴가 아니라 경질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는 이달 초 김응용 사장과 김재하 단장을 교체하고 김인 사장과 송삼봉 단장 체제로 새출발했다. 김 신임 사장은 취임식에서 “외부에서 봤을 때 삼성은 지는 경기에서도 박수를 받는 부분이 조금 부족해 보였다”며 끈기와 근성이 부족함을 나무랐다.
그룹 고위층에서도 삼성이 올해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4연패로 무기력하게 무너진 데 대해 실망감을 넘어 분노까지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선 전 감독은 올 시즌 후반부터 줄곧 “우리 팀은 올해 2등만 해도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시리즈에서 투지와 승부욕이 실종된 듯한 모습을 보인 점은 도전과 일류정신을 앞세운 삼성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선 전 감독 부임 후 삼성이 ‘(투수력과 수비로) 지키는 야구’를 내세우면서 특유의 화끈한 공격이라는 팀 컬러가 사라졌다는 지역 여론이 높았다는 점도 경질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그래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류중일 감독이 후임으로 임명된 것은 삼성 야구의 색깔을 되찾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선 전 감독은 이날 이수빈 구단주와 김인 사장을 만나 사실상 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태(현 KIA)에서 ‘국보급 투수’로 활약한 뒤 2005년 삼성 지휘봉을 잡은 선 전 감독은 6년간 우승 두 번(2005, 2006년)과 준우승 한 번(2010년)을 차지했으며 정규시즌 770경기에서 417승13무340패(승률 0.542)의 성적을 남겼다.
삼성 구단은 야구단 출범 30년째인 내년 시즌 구단의 모습을 일신하기 위해 사장과 단장을 교체하고 감독까지 퇴진시키면서 전면적인 변화를 맞게 됐다.
신화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