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사람도 감염 … 잠복기 뒤 독감 증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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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구제역과는 달리 사람에게도 전염이 되는 병이다. 그러나 AI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 사례는 많지 않다. 1997년 홍콩에서 첫 사람 감염 사례가 보고된 뒤 지난 9일까지 전 세계에서 AI 감염 확진자는 510명(세계보건기구 통계)이다. 이 중 303명이 숨졌는데 대개 폐렴이나 신부전·급성호흡 등의 증상 때문이었다.

 서울대 수의대 김재홍 교수는 “사람이 감염되면 최대 14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초기엔 고열·기침 같은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인체감염은 AI 에 감염된 닭·오리 등을 직접 만지거나 AI 감염 조류의 배설·분비물에 오염된 물건과 접촉하는 경우 일어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AI 감염이 의심되는 닭이나 오리는 절대 만지지 말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닭과 오리를 접촉할 일이 거의 없는 일반인들은 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우선 도계 과정에서 AI에 감염된 것으로 판정된 닭과 오리는 아예 시장에 출하되지 않는다. 설령 잠복기 상태에서 도계 검사과정을 통과했더라도 익혀 먹으면 문제가 안 된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이윤정 연구관은 “닭이나 오리를 날것으로 먹거나 피를 먹지 않는 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도 “AI에 감염된 닭·오리 고기라도 튀기거나 굽고 끓여 먹으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AI 바이러스는 섭씨 75도에서 5분, 80도에서 1분만 가열하면 모두 사멸한다. 물이 끓는 온도가 100도이고 기름에 튀길 때의 온도가 180도 이상이므로 일상적인 조리과정을 거치면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계란이 AI에 감염됐는지 여부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고려대 구리병원 김우주(감염내과) 교수는 “AI에 걸린 닭과 오리는 죽거나 알을 낳지 못하기 때문에 AI에 감염된 계란이 유통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만일 AI에 걸렸다면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된다.

 현재 AI 예방백신이 개발돼 있지만 실제 백신을 접종하는 나라는 베트남 정도다. 구제역과 마찬가지로 백신을 접종하면 AI가 토착화된 국가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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