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에 AI까지? … 축산농가 ‘겹시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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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구제역에 이어 조류 인플루엔자(AI) 의심신고까지 겹치면서 축산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AI는 구제역과 달리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는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이어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1996년 국내에 처음 유입된 이후 2002년과 2006년, 2008년에도 발생했다. 전파속도가 매우 빠른데다 감염된 가금류의 폐사율도 높다. 더구나 2000년대 들어 동남아 국가들에서 사람에게 옮겨진 뒤, 다시 사람끼리 감염된 사례가 발생해 국내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졌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사람이 AI에 감염된 사례는 없다. 처음에는 인수 공통 전염병이라는 이유로 AI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들이 닭이나 오리를 기피했다. 이 때문에 농가들은 물론, 치킨집과 오리고기집이 대거 문을 닫을 정도로 피해가 컸다.

 하지만 그 뒤 감염된 가금류라 해도 익혀 먹으면 별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006년 이후에는 AI 발생 소식에도 소비가 크게 줄진 않았다. 익명을 원한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그동안 AI를 여러 차례 겪으면서 국민들의 인식이 많이 발전한 만큼 이번에 양성으로 확인되더라도 큰 동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AI의 전파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근처 농가에까지 넓은 범위에서 살처분을 해야 한다는 게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구제역은 구제역대로 여전히 잡힐 기미가 없다. 정부는 29일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통합 대응기구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다. 위기경보 단계도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끌어올렸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구제역 상황을 총괄 관리하고, 부처 간 협조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14조에 따라 정부가 대규모 재난의 관리를 총괄하기 위해 설치하는 기구다. 행안부의 장관이 본부장이 된다. 지난해 11월 신종플루로 중대본을 구성했으며 가축 전염병으로 중대본을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지자체에도 발생한 지역과 동일한 수준의 방역을 하기로 했다. 축산단지 진입로나, 사람의 왕래가 많은 지역의 길목에 방역초소를 추가로 설치하고 농장 방역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전국 지자체에 축제성 행사를 자제하도록 요청했다. 정부는 244개 지방자치단체에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도록 했다. 지역에서 구제역에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맹 장관은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의심이 들면 바로 신고하고 차량 소독과 이동통제 등의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구제역은 사람에게 감염되는 인수 공통 전염병이 아니므로 육류를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경북 영주와 경기 김포 에도 구제역 예방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이상수 동물방역과장은 “두 지자체가 접종을 희망해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검토를 거쳐 백신을 접종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현철·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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