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800선 붕괴…'대우처리 불안속 매수세력 실종'

중앙일보

입력

25일 종합주가지수 800선이 무너진 가장 큰 원인은 대우그룹 처리 문제가 여전히 큰 불안 요인으로 남아있는 가운데 뚜렷한 매수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 주가지수는 지난주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상승세로 마감된데 이어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가 증시가 대부분 강세를 보였음에도 국내 악재때문에 약세를 면치 못했다.

◇ 대우 계열사 실사〓최근 대우 계열사에 대한 잠정 실사 결과, 채권 손실률은 약 20~5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정밀 실사를 하면 손실이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달말부터 대우 계열사의 정확한 자산.부채 실사 결과가 나올때까지는 투자를 자제하자는 관망 분위기가 우세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다음주초 발표될 실사 결과가 과연 시장에서 납득할만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지가 향후 증시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수급불안 요인〓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이하로 맞춰야 하는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유상증자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잠재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다음달 중에는 지난 6.7월 다음으로 많은 3조2천2백7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계획돼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중에도 약 3조원의 유상증자가 예상된다.

하지만 대우 채권으로 발목이 잡힌 투신권은 지난 6~7월처럼 주식을 적극적으로 살만한 상황이 못된다.

이달 22일까지 주식형수익증권이 11조1천6백억원 어치가 늘었지만 대우 채권 편입 공사채형펀드가 주식형으로 전환된 10조2천억원 어치를 제외하면 1조원 정도만이 신규 가입됐을 뿐이다.

특히 주식형으로 전환된 펀드는 기존의 보유채권을 팔아야만 주식을 살 수 있는 만큼 당장 주식을 살만한 자금이 아니라는 제약이 있다.

외국인들도 800선 근처에서 순매수에 나서고는 있지만 미국 증시불안 등으로 올초와 같은 지속적인 매수를 보일 지는 불확실하다.

◇ 향후 증시 전망〓신대식 한국투신 주식부장은 "주식형으로 전환된 펀드의 현금 비율이 10% 정도에 불과한데다 증시불안 요소가 남아 있어 현재로서는 일단 관망하고 있는 상황" 이라며 "보유 채권을 팔아 현금 비율을 30% 정도로 높여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인 매수에 들어갈 계획" 이라고 밝혔다.

LG증권 투자전략팀 김정환 대리는 "대우부실도 부실이지만 투신권이 환매에 대비해 적극적인 매수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며 "앞으로 주가지수는 780선을 중심으로 바닥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기는 다소 어려운 상황" 이라고 내다봤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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