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확산 … 가평 송어축제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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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가난한 가평군의 1년 농사나 다름없는 겨울축제를 어찌할까요’.

경기도 가평군이 고민에 빠졌다. 내년 1월 8일부터 30일까지 열기로 한 ‘제3회 자라섬 씽씽 겨울축제’ 때문이다. 가평에서는 21일 하면의 한우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27개 농가의 소 1433마리를 살처분했다. 이동통제초소 18곳을 설치해 방역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구제역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인접한 경기도 양평·포천, 강원도 춘천·횡성·평창·화천 등지로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다.

가평군은 대규모 축제를 열었다가 자칫 구제역이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구제역이 확산되면 축산업은 물론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송어 얼음낚시로 대표되는 겨울축제는 재정자립도 27.1%에 불과한 가난한 가평군으로서는 선뜻 포기하기 힘든 카드다. 지난해 축제 때 23일간 79만 명이 찾아 송어 얼음낚시, 얼음·눈썰매 등 겨울놀이장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직·간접 경제적 효과가 929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가평군의 계산이다.

 가평군은 내년 1월 대회를 확대해 열 계획이다. 얼음행사장을 지난해 7만4000㎡에서 8만8200㎡로, 얼음낚시용 송어는 8만7000마리에서 12만 마리로 늘릴 예정이다. 8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 1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21일 개통된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 효과까지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선전철은 서울 중랑구 상봉동∼강원도 춘천시 근화동의 81.3㎞를 달린다. 가평역에서 행사장인 자라섬까지 걸어서 10분 걸린다.

 그렇다고 축제를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내년 1월 말 이후로는 가평천에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아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진용 가평군수는 “구제역 바이러스 잠복기인 다음달 4일까지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가평군에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으면 대회를 여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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