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만 담아두기 아까운 우리 동네, 찰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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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순간을 기록한다. 행복했던 때, 간직하고 싶은 추억 등 내 머리 속에만 남겨두기 아쉬운 일들을 사진으로 남긴다. 내가 사는 곳의 봄여름가을겨울과 크고 작은 동네 행사를 담은 사진은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을 돌아보게 만든다. 주민들이 찍은 사진을 통해 우리 동네를 돌아봤다.

뜨거웠던 여름의 기억 속으로
올 여름 대한민국은 남아공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다. 성남시민들도 한 곳에 모여 태극전사들의 좋은 성적을 기원했다. 김재학(45광주 오포읍)씨의 ‘승리의 기원’은 축구로 온 국민이 하나가 됐던 여름을 기록했다. 사진의 배경은 16강전을 앞두고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단체 응원전. 빨간 옷을 입은 시민들이 모여 있는 뒤편 운동장에 태극기가 펼쳐져 있다. 이 사진은 본격적인 응원이 시작되기 전 운동장에 잠시 태극기가 펼쳐졌던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김씨는 “시민들이 하나가 돼 기뻐하고 눈물 흘리는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며 “지역축제나 행사는 성남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어 느낌이 특별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 사진으로 제25회 성남사진대전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11월 19일~25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성남사진대전 전시회에서는 올 한해 성남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행사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입선작인 ‘해피페스티벌’은 분당종합노인복지관이 노인의 달을 기념해 개최한 행사를 주제로 했다. 10월 15일에 열린 이 행사에서 어르신들은 그 동안 쌓아둔 끼를 유감없이 펼쳐 보여줬다.

어르신들의 공연모습을 찍은 장유순(41분당구 야탑동)씨는 분당의 ‘나눔 문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이 작품을 출품했다. 그는 분당종합노인복지관에서 행사가 있을 때 사진을 찍는 재능봉사를 하고 있다. 성남에 20년 정도 살았다는 장씨는 “성남은 다양한 지역 축제 등 의미 있는 행사가 많다”며 “사진으로 우리동네에서 펼쳐지는 좋은 일들을 기록하고 싶다”고 밝혔다.

계절, 시간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아름다움

성남의 사계와 일상을 담은 사진도 빼놓을 수 없다. 김숙희(50중원구 성남동)씨는 ‘탄천의 여름’으로 상을 받았다. 패츄니아의 강렬한 색감이 돋보이는 사진이다. 김씨는 “탄천을 따라 자전거를 달리던 중 우연히 본 패츄니아가 눈길을 끌었다”며 “개인적으로 여름은 녹색의 이미지가 강해 사진 찍기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없애준 사진”이라며 출품 배경을 설명했다.

성남에서 40년간 살아온 그에게 성남은 사진 찍기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중앙공원,율동공원, 탄천 등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가득해서다. 공원은 초보자들도 사진 찍기에 좋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후 부터 평소 스쳐지나쳤던 사물에도 눈길이 간다는 김씨가 가장 매력을 느끼는 곳은 탄천이다. “산책을 즐겨 자주 탄천을 따라 걸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봄 벚꽃, 여름 야생화,가을 단풍, 겨울 설경 등이 너무 아름다워 우리 동네를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탄천의 사계처럼 일년동안의 모습 뿐만 아니라 해마다 변화하는 모습도 남기고 싶어요.”성남토박이라는 김재학씨는 남한산성, 불곡산을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꼽았다. 성남아트센터, 성남시청사는 날씨가 궂은 때에도 안심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전시회가 많이 열리고, 오가는 사람이 많아 역동적인 성남의 모습을 담기에 좋다. 발전하는 성남의 모습을 담는 장소이기도 하다.

렌즈에 담긴 용인의 볼거리, 즐길거리

지난 달에는 용인의 풍경을 담은 제7회 용인 전국관광사진 공모전이 열렸다. 이 공모전에서 정점숙(50기흥구 마북동)씨는 봄날 에버랜드 가는 길의 풍경을 찍은 사진으로 장려상을 받았다. 벚꽃이 눈처럼 휘날리는 가운데 자전거를 타고 사람이 달려오는 광경이었다. 그는 “가족들과 나들이를 가던 중 찍은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온 가족이 사진 찍기를 즐기기 때문에 좋은 풍경이 나오면 달리던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기도 한단다. 정씨는 “도농복합도시인 용인은 사진의 소재가 무궁무진한 곳”이라며 “와우정사, 정몽주 묘소 등 문화유적지에서 찍은 사진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고 귀띔했다.

[사진설명]성남사진대전 수상자인 장유순·김숙희·김재학씨(왼쪽부터)가 성남에서 사진 찍기 좋은 곳 중 하나로 꼽은 성남아트센터를 찾았다

< 신수연 기자 ssy@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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