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학년도 서울지역 외국어고 합격생 분석해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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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 6개 외국어고(대원·대일·한영·명덕·이화·서울) 합격생 가운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노원·양천구 등 사교육 특구로 불리는 지역 출신 합격자의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이들 5개 구 중학교 출신 합격자는 2007학년도부터 2009학년도까지 전체 합격자의 절반(53.1~54.7%)을 넘었다. 그러나 2010학년도 48.1%에 이어 올해(2011학년도) 입시에서는 40%로 떨어졌다. 이 같은 변화는 정부가 외고를 사교육 유발 주범으로 몰아붙이며 입시제도를 바꾼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외고 입시에서 교과 관련 구술면접이 금지되고 영어듣기 난이도가 낮아지면서 내신 비중이 높아지자 이들 5개 지역 합격자 비율은 처음으로 40%대로 낮아졌다. 이어 올해 입시에서는 1단계에서 영어내신 성적만으로 1.5배수를 추린 뒤 2단계에서 영어내신과 면접을 8대 2로 반영했다. 서류심사나 면접에서 경시대회·공인외국어인증시험 점수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침도 나왔다.

 영어내신이 등급으로 반영되면서 일부 중학교에선 학교 영어시험 몇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내려가 외고에 지원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강남 등 외고 합격생을 많이 배출해왔던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을 느끼게 된 셈이다. 자율형사립고(자율고) 등으로 상위권 학생들이 옮겨가는 현상이 맞물리면서 서울지역 외고는 올해 역대 최저 경쟁률(일반전형 평균 1.3대 1)을 보였다.

 본지와 사설 입시기관 하늘교육의 공동 분석 결과 올해 외고 합격생을 많이 배출한 중학교는 양천구의 신목중, 목동중, 목일중, 신서중 순이었다. 하지만 학교별 순위 변동이 많았다. 도봉구 창동중이 지난해 20위에서 5위로, 126위였던 노원구 재현중이 12위로, 106위였던 송파구 가락중이 15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외고 합격생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던 구로구 개웅중 등 24개 중학교가 올해는 합격생을 배출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합격생 배출 지역과 학교가 분산되는 효과가 나타나긴 했으나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비율이 다소 줄긴 했지만 여전히 특정 지역의 쏠림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북지역 중학교 영어 1등급 학생이 대거 합격한 것도 아니다. 강동구의 한 중학교 교감은 “자기주도학습 전형으로 입시가 바뀌었지만 자기소개서나 면접 준비에서 경험이 다양한 강남지역 학생들에 비해 불리하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외고보다 내신 50% 이내 학생을 추첨으로 선발하는 인근의 자율고로 지원한 학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대원외고 관계자는 “잘하는 학생이 많은 지역일수록 영어 내신에서 좋은 등급을 확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특정 지역 학생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영외고 이택휘 교장은 “자기주도학습 계획서나 생활기록부 등을 참고해 가점이나 감점을 줬기 때문에 면접에서 당락이 크게 좌우되지는 않았다”며 “외고가 과별로 분류해 신입생을 뽑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유미·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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