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박’ 무릎 유효기간 5년 … 비행기 타면 2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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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대표팀 훈련 도중 박지성이 무릎에 아이싱을 한 채로 신발 흙을 털어내고 있다. [중앙포토]

박지성이 국내에서 열리는 국가대표팀 경기에 출전하려면 영국 맨체스터에서 런던을 거쳐 서울까지 12시간 비행기를 타야 한다. 비행기에서 내릴 즈음에는 오른 무릎에 물이 찬다. 격렬한 경기를 마친 다음날, 박지성은 같은 코스를 되짚어 맨체스터로 돌아가야 한다. 혹사당한 무릎은 상태가 더 나빠진다. 이런 식으로 계속 대표팀의 부름을 받는다면 축구 선수로서 박지성의 무릎 수명은 2년밖에 안 남는다. 캡틴 박지성이 대표팀 유니폼을 반납하기로 결심한 이유다.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26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지난해 구단의 정기검진 결과 지성이의 오른 무릎은 축구 선수로서 5년 정도 버틸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단에서는 지성이가 한국을 오가며 장거리 이동을 자주 하면 무릎 수명이 2년으로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너덜너덜해진 오른 무릎=박지성은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에서 뛰던 2003년 3월 반월형 연골판 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어 맨유에서 뛰던 2007년 5월 연골 이식술을 받는 등 무릎에 두 차례 칼을 댔다. 이후 대표팀을 오가며 무리할 때마다 무릎에 물이 차 올랐다. 특히 2004년 9월 처음으로 무릎에 통증이 온 이후 물이 차는 주기도 3년9개월→1년4개월→8개월→4개월로 점점 빨라지고 있다. 올해에만 두 차례 물이 차 올라 스페인과 평가전(6월)과 한·일전(10월)에 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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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씨는 “지성이는 평소에도 무릎에 물이 조금씩 차 있다가 무리하면 물이 더 생겨서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무릎 수술·재활 전문의인 은승표 코리아정형외과 원장은 “박지성은 오른 무릎 바깥쪽 연골의 절반이 없고, 나머지도 크게 상해 있다. 일반인도 비행기를 오래 타면 몸이 붓는데 박지성처럼 수술을 받은 무릎은 더 스트레스를 받아 염증이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은 원장은 또 “무릎에 물이 차 부어올라도 일상 생활에는 불편이 없지만 박지성은 그 무릎으로 또다시 격렬한 운동을 하기 때문에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악순환을 우려했다.

 박지성은 구단 검진 결과를 받은 직후인 지난해 6월 “남아공 월드컵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아시안컵을 뛴 후 은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씨는 최근 “아시안컵 이후 은퇴하겠다는 지성이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재차 은퇴를 시사했다. 박씨는 “지성이는 앞으로 4년 후에는 선수 생활을 끝낼 생각을 갖고 있다. 어차피 브라질 월드컵에 나갈 수 없다면 후배들이 클 수 있도록 끝을 맺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도 골 뒤풀이’ 또 논란=대한축구협회는 26일 “박주영이 오른 무릎뼈 연골을 다쳐 아시안컵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며 “지난 23일 프랑스리그 소쇼와 경기서 결승골을 넣고 뒤풀이를 하다 무릎에 통증을 느꼈다. 진단 결과 4주 이상 휴식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관계기사 28면>

 이날 박주영은 무릎을 꿇은 채 잔디에 미끄러지며 손을 모으는 ‘기도 골 뒤풀이’를 했다. 프로 데뷔 후 줄곧 해오던 동작이었다. 이때까지 큰 이상은 없었다. 하지만 동료 5~6명이 박주영 위에 올라탔고 이 순간 무릎에서 ‘뚝’하는 소리가 났다. 축하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박주영의 무릎을 누른 것이다.

 무릎에 이상을 느낀 박주영은 24일 귀국 후 곧바로 송준섭 축구대표팀 주치의에게 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포함한 정밀진단을 받았다. 그 결과 ‘우측무릎대퇴골 외측 박리성 골연골염’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뼈를 덮은 연골 일부가 벗겨지면서 통증이 생기는 증세다.

 일부 축구 팬들은 “‘기도 골 뒤풀이’가 부상의 원인이다.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송 주치의는 “잔디에 미끄러지는 골 뒤풀이가 위험할 수 있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다. 검사 결과 무릎을 꿇는 행위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다. 동료와 기뻐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운이 없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최원창·김환 기자

‘양박’무릎 때문에 …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가는 ‘양박(兩朴)’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박주영(25·AS 모나코)이 나란히 무릎 때문에 무릎을 꿇었다.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을 마치고 대표팀에서 은퇴하려는 박지성은 지난해 5월 오른 무릎에 대해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박주영은 지난 23일(한국시간) FC 소쇼와 홈 경기에서 역전 결승골을 뽑은 뒤 골 뒤풀이를 펼치다 오른 무릎을 다쳐 아시안컵 출전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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