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리인상, 중국 세련미와 한은 뒷북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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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크리스마스에 기습적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2년10개월 만에 금리를 올린 지난 10월 19일에 이어 두 번째로,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정책 목표치인 3.0%를 넘어 2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중국은 올 들어 6차례 지급준비율을 인상했다. 내외(內外) 금리차를 노린 핫머니 유입과 위안화 가치 급등을 막기 위한 우회적 조치였다. 그러나 과잉 유동성 흡수에는 한계를 보였다. 더 이상 치솟는 물가를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보다 강력한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위안화 절상과 핫머니 유입이란 부작용을 각오하고 확장(擴張) 위주의 통화정책을 ‘중립(中立)’ 기조로 돌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깜짝’ 금리인상은 인플레 우려와 함께 성장유지에 대한 자신감이 배어 있다. 중국이 통화정책 교과서에 충실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가 목표치에 이를 때까지 2개월마다 꾸준히 올리는 게 정석(定石)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금리인상에 대비해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정책의 효과도 커진다. 또한 중국은 ‘입보다 발을 보라’는 원칙도 충실히 지켰다. 얼마 전까지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장이 기준금리 인상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인플레가 현실화되자 과감하게 기준금리를 올렸다. 중앙은행의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장에 각인시킨 것이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한 박자 늦은 금리 대응으로 ‘뒷북치기’ 비난을 자초했다. ‘깜빡이’만 켠 채 우회전은 머뭇거려 통화정책의 신뢰를 손상시켰다. 중국의 연이은 금리인상은 기준금리 인상에 미온(微溫)적이었던 한은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한국의 물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어느 때보다 한은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중국의 세련된 금리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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