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전쟁 대학교육 왜곡 시킨다

중앙일보

입력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 시즌을 맞은 요즘 대학가에서는 기업들의 현행 신입사용 채용 제도가 대학교육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모집하면서 필기 시험으로 영어와 상식 등일부 과목만을 채택하고, 면접시험도 대부분 전공과 관련이 적은 내용으로 이뤄지고있다.

이로 인해 모든 대학의 취업준비생들은 전공 공부를 멀리한 채 영어와 상식에 대해서만 공부하고 컴퓨터 등 각종 자격증 취득을 위해 관련 학원에 다니고 있다.

전공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어도 일단 영어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입사기회 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아주대학교 임모(22.행정학과 4년)양은 “4학년이 된 뒤 취업을 위해 줄곧 영어공부만 해 왔으며 전공서적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때만 잠깐씩 보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학에 진학한 뒤 전공공부를 하는 시기는 2,3학년 2년동안뿐”이라고 말했다.

임양은 또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한 친구는 뛰어난 전공분야 실력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어실력이 부족해 좀처럼 입사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전공실력은 따지지 않고 영어실력만을 강조하는 현재 상황에서 대학 전공공부는 시간적.경제적 낭비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 대학 사회진출지원팀 관계자도 “기업체에서 영어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 입사시험 지원자들에게까지 높은 영어실력을 요구하다보니 대학교육이 왜곡되고있다”고 지적하고 “현재 캠퍼스는 영어학원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학가에서는 “기업이나 대학들이 대학생활 4년간 학생들이 전공과목에 충실하고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월간 리쿠르트 박진호기자는 “영어 등 특정분야만 강조하는 기업들의 현행 신입사원 채용방식이 대학교육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일부 동의한다”며 “그러나 기업들은 채용후 즉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는 점을 감안해대학도 학생들이 학문과 함께 실무를 익힐 수 있도록 학사운영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정보통신 등 기술분야 인력은 부족한 반면 행정학 전공자 등 일부 학과 출신 취업준비생들은 남아돌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에서도 수요를 감안해 취업준비생들의 공급을 제도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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