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무상급식 700억 편성 … 위법성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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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 비용 700억원을 내년 예산안에 편성해 위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는 23일 내년 예산안 심의에서 해외홍보비 140억원 등 3000여 억원을 삭감하고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 695억원을 신설하는 등 2500여억원을 증액했다. 서울시는 이 중 친환경무상급식 항목을 신설해 예산을 편성한 것은 의회의 권한을 넘어서는 위법 행위라며 반발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의회는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곳이지 편성하는 곳이 아니다”며 “수의 힘만 믿고 지방자치법마저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방자치법 127조는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 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의회 민주당 오승록 대변인은 “시가 예결위나 본회의에서 언제든 동의하면 문제가 없다”며 “29일까지 오세훈 시장의 동의를 받겠다는 의지를 갖고 편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환진 의원은 “무상급식 담당 부서인 교육협력국 공무원들이 재경위에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시가 시의회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고 덧붙였다.

 시의회는 친환경 무상급식비를 신설하는 대신 서해뱃길 752억원, 한강예술섬 402억원과 서남권 어르신행복타운 건립 계획 99억원 등 3084억원을 삭감했다. 또 공공근로 및 사회적기업 육성비 170억원, 학교 시설개선 사업비 277억원, 학습준비물 지원비 51억원 등 2511억원을 늘렸다.

 시의회 민주당 측은 이 같은 내용의 내년 예산안을 29일 열릴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서울시가 ‘부동의’ 의사를 표시해도 의결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할 때 시의회의장은 예산 내역을 설명한 후 시장에게 “이에 동의하십니까”라고 묻는 절차가 있다. 오승록 대변인은 “예산에 무상급식 비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민주당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집행부가 어떤 의사를 표시해도 의결할 계획이고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순간 예산안은 효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의 한 시의원은 “오 시장이 무상급식 안을 어느 정도 양보하면 서해뱃길이나 한강예술섬 등 역점사업 예산을 원안대로 복원하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시의회가 무상급식 지원 예산이 포함된 내년 예산안을 가결할 경우 법적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종현 대변인은 “무상급식 예산안을 처리한다면 일단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하고 시의회가 재의결한다면 당연히 대법원에 무효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시의회가 의결한 예산안에 대해 불복해 소송을 해도 최종 판결 때까지는 의결된 예산안이 효력을 갖는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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