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내 ‘나홀로 점심’ … 간 나오토 총리는 외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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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활한 국정운영이 어려운 수준인 20%대의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는 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사진) 총리가 홀로 밥을 먹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22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간 총리는 이달 둘째 주의 경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줄곧 혼자 집무실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등 ‘나 홀로 식사’가 잦아지고 있다. 신문이 소개한 총리실 점심 풍경은 이렇다. 총리실 직원이 총리관저 식당에서 과일 디저트가 붙은 간부용 특별메뉴를 5층 총리 집무실에 가져다 놓는다. 그리고 채 20분도 지나지 않아 직원이 빈 식기를 식당으로 가져가 반납한다. 7명의 총리 비서관은 같은 시각 같은 층에 있는 회의실에서 점심을 먹는다.

 간 총리가 취임 초기부터 혼자 점심을 먹었던 것은 아니다. 6월 정권을 잡은 직후 간 총리의 점심식사 파트너는 당시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민주당 간사장,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 등 당 간부와 각료에 걸쳐 다양했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비서들과 식사를 함께했다. 7월 마지막 주엔 공휴일이던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다른 사람을 불러 총리관저 또는 인근 호텔에서 점심시간을 보냈다. 센고쿠 관방장관과 에다노 간사장,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90CE>) 정책조사회장, 다루토코 신지(樽床伸二) 국회대책위원장, 다케무라 마사요시(武村正義) 전 관방장관 등이 주요 식사 파트너였다.

 하지만 당 대표 경선으로 분주했던 8월 이후 측근과의 식사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중국과의 외교분쟁을 겪은 센카쿠(尖閣)열도 사태와 임시국회 등을 거치면서 혼자 점심을 먹는 게 일상화됐다. 최근엔 점심시간에 사람이 찾아와도 돌려보낸 뒤 방에서 홀로 식사를 하는 날도 있을 정도다.

 총리관저 비서실에서는 “총리가 워낙 바쁘기 때문에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조용히 국정운영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혼자 점심을 먹는 날이 많아지면서 마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같아 보인다” “총리가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식생태학 전문가인 아다치 미유키(足立己幸) 나고야가쿠게이(名古屋學藝)대학교 대학원 교수는 “간 총리의 표정은 늘 피곤해 보인다. 주위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며 “총리와 같은 외로운 직책의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긴장을 풀고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주위에서 제공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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