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무상급식 하려고 미래형 사업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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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내년도 예산을 놓고 서울시와 시의회가 충돌하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문화, 한강, 디자인 사업 등에 시의회가 다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들 사업을 두고 오세훈 시장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입장이다. 반면 시의회는 “사치성 토목사업”이라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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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시장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강예술섬은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이라며 “완공되면 40년간 7조3961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4만6000여 명의 취업유발 효과가 있는 미래투자형 사업”이라고 말했다. 시의회가 한강예술섬 건립안을 부결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20일 서울시가 내년 예산에 사업비를 반영하지 못하도록 건립안을 부결시켰다. 한강예술섬은 서울시가 노들섬에 9만9102㎡ 규모로 지으려는 복합문화시설이다.

 서남권 행복타운 건립계획을 놓고도 서울시와 시의회가 대립하고 있다. 서울시는 동작구 신대방동에 추진하는 이 사업의 투자금과 시설 규모를 당초 1414억원, 5만6576㎡에서 각각 1153억원, 4만6522㎡로 축소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접근성과 수요를 고려해 자치구별 노인복지시설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며 통과시키지 않았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2011년 노인 100만 명 시대를 대비하는 시설”로 “중산층 이하 노인들의 여가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반박했다.

 시의회는 시가 구로구 고척동에 건립 중인 서남권 돔야구장에 348억원을 추가 투입해 수익시설을 설치하고 에너지효율 등급을 높이려던 계획안도 부결했다. 비용에 비해 기대 수입이 충분치 않고 에너지 절감 효과도 분명치 않으므로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라는 것이다. 반면 시는 국내 최초 돔야구장은 국민 숙원사업이기 때문에 국제적 수준의 전문체육공간으로 만들려면 재정 자립이 가능하도록 수익시설이 들어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와 시의회의 대립은 쉽게 조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 예산을 둘러싼 갈등의 배경에는 700억원에 달하는 무상급식비가 있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이 같은 사업들을 축소하거나 중단시켜 무상급식비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무상급식은 시교육감의 소관으로 비용을 댈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시의회의 오승록(노원3) 민주당 대변인은 “예산 심의는 시의회의 고유권한으로 불요불급한 예산을 반드시 삭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종현 서울시대변인은 “서울의 미래를 위해 한강예술섬 사업 등을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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