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끄는 원성 스님 첫 시화집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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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변해간다.
자연은 그렇게 태어나고 죽고
늙어 가고 병들어 가고

무엇 하나 변하지 않는 게 없는데
변함 없는 건 그 진리일 뿐인데
사람들은 나에게 변했다고 한다.

내 얼굴이 변해 가는 것
내 생활이 변해 가는 것
내 마음이 변해 가는 것

겉부터 속까지 변해 버리는
당연한 자연의 순리에
사람들은 내게 변하지 말아 달라 한다.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면
또다시 생각이 변할 당신의 마음은 돌아보지 않고
변하고 있는 당신은 챙기지 않고
타인에겐 변하지 말라 한다.

우리는 우리 서로의 변모해지는 모습에
더 탁해지더라도 더 맑아지더라도
언젠가는 완성될 자아에 대해
존경심을 가져야 한다.

- 풍경 中 '세상은 변해간다'

지난 8월에 나온 원성스님의 시화집 '풍경'이 교보, 종로서적 등이 집계한 베스트셀러 부문 1위를 차지해 화제다.

젊은 스님의 첫 책이 국내외의 유명작가의 책들을 제치고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팔리며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인 원성은 서문에서 그의 책은 읽기보다 봐야하고 보기보다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어릴 때 출가해 속세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1부 '출가'에서 산속의 생활 속에서 느끼는 아름다운 자연을 그린 '산사에서', 불심과 깨달음 禪의 세계를 깨달아 가는 과정을 그린 '깨달음을 찾아서', '열린 마음으로의 삶' 등 네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출가 후 10여 년 동안 그린 글과 그림을 모은 이 시화집은 그대로 그의 일기장이요, 어머니에 대한 연서(戀書)
요, 깨달음을 위한 수련장이다.

열 여섯에 출가해 올해 스물 여덟.

하지만 그의 그림과 글 속에 보여지는 원성의 모습은 그대로 열 여섯, 아니 그보다 어린 동승(童僧)
이다. 모르면서 아는 체, 없으면서 있는 체 하며 살아가는 세속 사람들에게 그의 시는 투박하고 촌스럽다.

원성의 그림이 그러하듯 그의 시 역시 미려한 언어로 조탁되어 세련됨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사랑받음은 세상에 찌들은 사람들이 갖지 못한 무엇인가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시를 읽고 어떤 이는 절의 처마 밑에 달려 은은한 소리를 내는 '풍경(風磬)
'을 말함인지, 혹은 산사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자연 '풍경(風景)
'인지가 궁금했다고 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어느 풍경을 말하든 상관없다고 느꼈다고. 소리든 그림이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한가지, 진실뿐이니까.

"막내둥이 출가에 기뻐하시기만 했던" 어머니에 대한 원망에서 "여태껏 손도 한 번 못 잡아 본 은사 스님"에 대한 설레는 바람, "기죽는 건 죽음이야, 초라해지긴 정말 싫다고"라고 외치는 동승의 떼쓰기 등.

이런 철없던 동승이 "무엇 하나 변하지 않는 게 없는데, 변함없는 건 그 진리일 뿐인데"라며 깨달음을 찾는 과정을 솔직하게 그려내 보는 이에게 그 느낌을 함께 하게 하는 것, 원성의 글 그림 모음집 '풍경'이 갖는 미덕이다.

'풍경'의 상업적 성공이 원성 스님의 맑음을, 책의 진실을 보장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문학적 성과를 드러내지 못하는 가벼운 글들에만 사람들의 시선이 몰림에 불만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 책이 많은 이들의 가슴에 잔잔하지만 큰 울림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대단한 생각을 난해하게 담아내는 것만이 예술은 아닐 것. 글이든 그림이든 영상이든 음악이든 그것을 만든 이와 보고 듣는 이가 완벽한 공감을 느끼게 해준다면 그 이상 훌륭한 예술이 있을까.

Cyber중앙 손창원 기자

<pendo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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