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 추가도발 구실로 삼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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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는 17일(현지시간) 한국의 연평도 사격훈련 실시와 관련, 북한은 이를 추가도발의 구실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은 주권 국가로서, 과거에도 실시한 적이 있고 북한을 위협하는 것이 아닌 통상적인 군사훈련을 실시할 권리가 있다”며 “북한은 이번 군사훈련을 추가도발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현 상황을 염려하고 있지만, 긴장 상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며 “한국 정부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맞서 군대를 적절히 훈련하고 준비시키겠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이 한국의 사격훈련 중단을 요청하고 나선 상황에서 한국의 입장에 대한 지지를 명확하게 재확인한 것이다. 19일 긴급 소집되는 유엔 안보리에서도 미국은 한국이 천안함 사건 이후 지금까지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맞서 자제력을 발휘해 왔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의 이번 훈련이 북한에 의해 촉발된 긴장 상황의 방어 차원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북한의 우선적인 긴장 완화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크롤리 차관보는 이날 중국 등의 훈련 중단 압박에 대해서도 “훈련 실시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닌) 한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방북 중인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가 북한 측에 남북간 군사 핫라인 가동과 남북 및 미국이 참여하는 분쟁지역 감시를 위한 군사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그러나 “리처드슨의 방북은 전적으로 개인 차원이며, 오바마 정부는 그의 어떤 제안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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