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드림 법안’ 상원 문턱서 또 좌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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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학생들이 18일(현지시간) 미 상원에서 ‘드림 법안(DREAM Act)’의 법제화가 좌절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크게 낙담하고 있다. 이 학생들은 부모의 불법 이민으로 합법적인 영주권을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미국 이민개혁 법안의 일환으로 청소년 불법체류자를 구제하는 ‘드림 법안(DREAM Act)’ 입법이 상원의 표결 무산으로 좌절됐다. 16세 전 입국해 법 시행 전 최소 5년간 미국에 거주하면서 고교 졸업 후 대학에 입학하거나 군에 입대한 30세 미만의 불법체류자에게 영주권 신청자격을 주는 게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2001년부터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강경한 이민정책을 고집하는 보수파의 반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상원은 드림 법안을 표결할지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투표를 실시했지만 찬성표가 55표에 그쳐 표결에 부치지 못했다.

상원에서 이 법안이 전체회의에 상정되려면 전체 의원 100명 중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에 따라 수만 명의 한국계 불법체류 청소년을 비롯해 히스패닉계 불법체류자들에게 적지 않은 후유증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표류하는 드림 법안=민주당 지지에 힘 입어 이달 초 하원을 통과했던 드림 법안이 또다시 상원에서 제동이 걸린 만큼 당분간 이 법안의 법제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민개혁에 보수적 입장을 고수해온 공화당이 지난달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내년부터 하원을 장악하게 된 만큼 하원에서의 본격적인 재논의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 법안은 지난 9월에도 상원에서 본회의 최종 표결을 위한 절차투표에 부쳐졌지만 찬성 56표 대 반대 43표로 부결됐다. 민주당은 중범죄나 특정 경범죄를 저지른 경우 영주권 신청을 제한하고 신청자격 나이도 35세 미만에서 30세 미만으로 낮추는 등 공화당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이달 다시 법안 통과를 추진했는데 결국 실패했다.

 ◆오바마 “크게 실망”=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드림 법안의 표결 무산 직후 “믿을 수 없을 만큼 크게 실망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오바마는 성명에서 “드림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미국을 위해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라며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군사력을 키우는 데 꼭 필요한 법안을 상원이 특별한 이유 없이 제지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 법안에 대한 반대론자들은 “드림 법안을 통해 불법체류를 합법화할 경우 또 다른 불법 이민이 양산될 것”이라며 법제화를 반대해왔다. 특히 엄격한 이민정책을 지지하는 민간단체인 이민연구센터(CIS)는 “이 법안이 시행되면 약 200만 명의 청소년 불법체류자가 영주권을 갖게 돼 연간 62억 달러(약 7조160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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