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끝난 수도권 토지 대거 풀려 … 땅값 급등 부작용 적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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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땅값 폭등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데 허가구역으로 묶어 둬 주민 불편이 적지 않았다.”

 정부가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대폭 푼 데 대한 설명이다. 땅값이 안정됐으므로 허가구역으로 묶어 놓을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정부의 말대로 올 들어 토지시장은 안정세를 보였다. 땅 투자에 관심을 둘 만한 특별한 재료가 없는 데다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 들어 정부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배제키로 하면서 매물도 증가했다.

 사려는 사람은 없는데 매물이 늘자 시장이 안정세를 보였던 것이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은행 예금금리가 바닥을 맴돌면서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를 끌자 수익이 안 나는 땅을 팔고 상가나 오피스텔 등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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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시장 관계자들은 허가구역 추가 해제를 반기는 분위기다.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 수지공인 서춘열 사장은 “땅값 불안 등의 우려가 없는데도 묶어 두었던 곳인 만큼 허가구역 대거 해제는 늦었지만 반길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지 시장이 살아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토지 정책 기조가 ‘실수요가 아니면 땅을 사지 말라’는 데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컨설팅업체인 광개토개발의 오세윤 사장은 “실거래가신고제 등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규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며 “이런 마당에 진입 장벽이 다소 낮아졌다고 해서 수요가 확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생각도 비슷하다. 국토부 토지정책과 이두희 사무관은 “어느 정도 땅값이 불안해지려면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거나 예정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주변에 미분양 주택이 쌓여 있고 개발 계획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땅값이 오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단기적으로는 땅값을 더 끌어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상언 사장은 “오히려 사고팔기 쉬워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매물이 더 늘 것 같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단기적으로는 토지시장이 더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 개발 사업이 예정된 곳 등 지역별로 땅값이 불안해지는 현상도 예상된다. 토지시장 자체가 국지적으로 움직이고 작은 재료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경기 회복과 함께 투자 심리가 살아나면 토지시장은 물론 부동산 시장 전반을 자극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황정일·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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