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휘청대는 삼성·현대 … 낯설다, 남자배구 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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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기존의 프로배구 판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대한항공이 순위표의 맨 위를 차지한 가운데 맞수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나란히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프로 출범 이후 6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던 두 팀의 독주 구도가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력 선수 빠진 삼성·현대 조직력 무너져=삼성화재는 개막전에서 현대캐피탈을 누르고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이후 신협 상무와 LIG손해보험에 2연패를 당했다. 삼성화재의 문제는 조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새 주전 세터 유광우는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고, 수비의 핵 석진욱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무릎을 다쳐 전력에서 이탈한 점이 뼈아프다.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현대캐피탈 역시 부진하다. 개막전에서 라이벌 삼성에 패한 데 이어 대한항공에마저 0-3으로 속절없이 무너졌다. 12일 천신만고 끝에 우리캐피탈을 3-2로 눌렀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경기 내용이 좋지 않은 데다 심판 판정을 둘러싸고 잡음도 나오고 있다. 세터 최태웅은 “이기긴 했지만 팀 분위기는 무거운 편”이라고 전했다. 야심 차게 영입한 주포 문성민이 징계로 1라운드에 결장하는 것이 타격이다. 주상용과 장영기·이철규 등 문성민의 자리를 메워야 할 기존 공격수들이 기대에 못 미쳐 외국인 선수 소토 의존도가 높다. 자랑거리였던 센터진도 크게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양강에 도전하는 팀들=삼성화재·현대캐피탈은 예년에도 초반에는 부진하다가 점점 상승곡선을 그었다. 그러나 올해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한항공과 LIG의 전력이 만만치 않은 데다 하위권을 다투던 우리캐피탈과 KEPCO45, 신협 상무의 전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올 시즌부터 4위까지 포스트시즌에 나설 수 있게 된 것도 각 팀들에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톱니바퀴 같은 팀워크를 보이며 3연승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강동진을 대신해 김학민이 레프트로 이동한 뒤 펄펄 날고 있고, 외국인 선수 에반도 한선수와 좋은 호흡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수비력이 탄탄해졌다.

 LIG는 김요한-페피치-이경수의 삼각편대를 앞세운 공격력이 돋보인다. 창단 2년째를 맞은 우리캐피탈도 3연승에는 실패했지만 세터 송병일과 지난해 부상으로 빠졌던 안준찬, 그리고 신예 김정환의 가세로 전력이 탄탄해졌다.

 KEPCO45는 12일 대한항공에 1-3으로 졌지만 매 세트 접전을 펼쳤다. 이적생 임시형과 컵대회에서 부상을 당했던 센터 최석기가 가세할 경우 상위권 팀들을 위협할 전력이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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