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최태웅 뜨니, 다 진 경기가 뒤집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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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윤봉우(왼쪽)가 우리캐피탈과의 경기에서 가로막기에 성공한 뒤 팀 동료 최태웅(가운데)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역시 최태웅(34)이었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베테랑 세터 최태웅의 활약을 앞세워 2연패 뒤 시즌 첫 승을 올렸다.

 현대캐피탈은 1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0~2011 V리그 우리캐피탈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23, 17-25, 17-25, 25-22, 15-13)로 이겼다. 거의 질 뻔한 경기였다. 중반까지 밀리는 경기를 했던 현대캐피탈은 3세트 후반부터 교체해 들어온 최태웅의 절묘한 볼 배급에 힘입어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개막 전 팔뚝 수술을 받아 훈련을 하지 못한 선수라고는 믿기 어려운 분전이었다.

 ◆위기에서 빛을 발한 해결사=현대캐피탈은 초반부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1세트를 25-23으로 따냈지만 서브 리시브가 흔들려 안정감이 떨어졌다. 외국인 선수 헥터 소토(30점)가 공격을 도맡았지만 주상용과 이철규 등 받쳐주는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둔했다. 반면 우리캐피탈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현대캐피탈에서 트레이드돼 온 세터 송병일의 과감한 토스를 김정환(28점)과 안준찬(20점) 등이 착실히 점수로 연결하며 분위기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 우리캐피탈은 센터 블로킹 싸움에서도 앞서며 2, 3세트를 내리 따냈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이 꺼낸 히든카드는 최태웅이었다. 최태웅은 3세트 막판부터 주전 세터 권영민을 대신해 코트에 들어왔다. 최태웅은 국내 선수들 대신 소토에게 공격을 몰아줬다. 입맛에 맞는 토스가 계속 올라오자 소토는 실수 없이 공격을 성공시켰다. 마지막 5세트에서는 12개의 스파이크를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등 13점을 쓸어 담았다. 최태웅의 집념을 확인시켜준 경기였다. 박희상 우리캐피탈 감독은 “초반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잡았지만 최태웅이 워낙 노련해 우리 선수들이 흔들렸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부상 공백도 털어내고=최태웅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지난 시즌 삼성화재에서 현대캐피탈로 둥지를 옮긴 최태웅은 개막을 코앞에 두고 왼쪽 팔뚝에 염증이 생겨 종기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하지 못했고, 팀 훈련도 50%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최태웅 스스로 “이렇게 준비하지 못하고 개막을 맞이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김호철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최태웅이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권영민으로 계속 갔다면 질 수도 있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최태웅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태웅과 소토의 찰떡궁합 비결은 대화였다. 소토는 “권영민이 대표팀에 가 있어 손발을 맞출 시간이 많지 않았다. 최태웅과도 연습시간이 부족했지만 좋아하는 토스의 높이와 길이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최태웅은 “연습을 꾸준히 못 해서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한 경기를 다 뛰려면 2, 3라운드는 돼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수원 경기에서는 대한항공이 23득점을 올린 신영수의 활약을 앞세워 KEPCO45를 3-1로 눌렀다. 대한항공은 3연승으로 단독선두가 됐다.

 천안=김효경 기자

◆프로배구 전적(12일)

▶남자부

천안 현대캐피탈(1승2패) 3-2 우리캐피탈(2승1패)

수원 대한항공(3승) 3-1 KEPCO45(2패)

▶여자부

수원 현대건설(2승) 3-2 흥국생명(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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