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키보다 발로 … 전자랜드 따돌린 동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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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동부의 빅맨 삼총사가 높이의 전자랜드를 제압했다. 스피드의 승리였다.

 동부가 10일 원주에서 열린 프로농구 홈 경기에서 전자랜드를 경기 내내 압도한 끝에 89-64로 크게 이겼다. 홈 7연승을 달린 동부는 12승5패로 2위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선두 전자랜드에 1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10개 팀 중 가장 먼저 전 구단을 제압해 천적이 없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이날 경기는 리그 최고의 높이를 가리는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동부는 김주성(2m5㎝)·로드 벤슨(2m7㎝)·윤호영(1m97㎝)의 세 기둥이 팀의 중심이다. 전자랜드도 서장훈(2m7㎝)·허버트 힐(2m4㎝)·문태종(1m97㎝) 삼각 편대를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높이는 엇비슷했지만 차이는 스피드였다. 동부의 빅맨들이 전자랜드의 장대보다 훨씬 빨랐다. 강동희 감독은 스피드를 살리기 위해 김주성을 골 밑이 아닌 외곽에 세우는 전술을 들고 나왔다. 김주성이 서장훈을 끌고 나와 생긴 빈 공간을 벤슨과 윤호영이 빠르게 파고들겠다는 계산이었다.

 동부는 1쿼터부터 전자랜드를 압도했다. 벤슨이 날랜 발놀림과 정확한 슛으로 1쿼터에만 11점을 올렸다. 힐이 벤슨을 막지 못하자 전자랜드의 구멍은 훨씬 커 보였다. 윤호영이 반대편에서 달려들어오며 8점을 보탰다. 문태종의 수비는 한 박자씩 늦었다.

김주성은 이날 포인트가드처럼 뛰었다. 득점에 욕심을 내지 않고, 패스만 찔러줬다. 1쿼터 종료 직전 서장훈을 제친 뒤 벤슨에게 패스를 건네 덩크슛을 어시스트했다. 2쿼터에는 김주성이 3점 라인 바깥에서 띄워준 공을 받은 윤호영이 공중에서 가볍게 림에 올려놨다. 굼뜬 서장훈이 김주성을 잡지 못하면서 전자랜드는 급격하게 무너졌다. 전반이 끝났을 때 전광판의 점수는 51-28, 사실상 승부 끝이었다.

 김주성은 두 팀 선수 중 가장 많은 7어시스트를 올렸다. 윤호영과 벤슨은 김주성의 패스를 받아 각각 20점, 16점을 올려 골 밑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전자랜드는 장신 삼총사가 발 빠른 김주성과 윤호영·벤슨을 쫓아다니느라 공격도 무뎌졌다. 동부와 1라운드에서 28점을 터뜨린 문태종은 10점에 그쳤다. 서장훈도 10점이었다.

강동희 감독은 유도훈 감독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75-44, 31점 차로 앞선 채 시작한 4쿼터에서도 김주성과 윤호영 등 주전 선수를 빼지 않았다.

 안양에서는 홈팀 인삼공사가 23점·11리바운드를 올린 데이비드 사이먼을 앞세워 SK를 77-64로 꺾었다. 인삼공사는 오리온스와 공동 8위가 됐다.

원주=김우철 기자

◆프로농구 전적(10일)

▶안양 인삼공사(5승12패) 77-64 SK(9승8패)
▶원주 동부(12승5패) 89-64 전자랜드(13승4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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