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짜 점심’ 논란 공개토론으로 정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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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새해 예산안을 둘러싸고 전국의 지자체가 갈등 국면이다. 무상급식 때문이다. 단체장의 정당 소속에 따라, 의회의 정당 비율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 서울시는 민주당이 다수인 의회가 무상급식 조례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자 시장이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남도의회는 거꾸로다. 도지사가 책정한 무상급식 예산을 의회가 절반이나 삭감했다. 강원도의회는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대신 저소득층 지원을 주장한다. 이런 줄다리기에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빚고 있다. 6·2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재미를 본 ‘무상급식 프레임’에 지방행정이 갇혀버릴 상황이다.

 예산 줄다리기야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사회정의다. 자칫 사는 지역에 따라 여기는 유상급식, 저기는 무상급식으로 갈리게 생겼다. 아무리 지방자치라지만 이래서는 곤란하다. 최소한 큰 틀의 기준과 공감대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무상급식을 두고 첨예(尖銳)하게 맞붙은 수도 서울부터 실마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 현재 서울시는 의회에 시정협조를 거부하고, 의회는 시장 사퇴를 요구하며, 여기에 교육감이 가세해 시장을 비난한다. 이 때문에 수도 서울의 시정이 마비 상태다. 이대론 안 된다. 차제에 시장과 교육감이 공개토론이든 끝장토론이든 직접 머리를 맞대고 정리하라. 토론을 하다 보면 전국적으로 엉킨 무상급식 실타래를 푸는 단초라도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논의의 초점은 아이들과 예산이다. 한정된 예산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무엇이 진정 아이들을 위한 정책인가다. 이념이 아닌 실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념 대결로 흐르면 결론 없는 평행선만 달린다. 마침 오세훈 시장이 공개토론을 제안한 만큼 곽노현 교육감은 당당하게 응해 해법을 모색하길 바란다. 미리 ‘정략적 의도’가 있다고 거절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교육감 당선으로 시민적 합의가 이뤄졌다”거나 부자에게 주는 공짜 점심이 ‘서민 감세’라는 주장이야말로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정치몰이다. 그렇다면 무상급식을 반대한 오 시장의 당선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말꼬리 잡기보다 직접 만나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