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료 깎아줄 테니 세종시 아파트 지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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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년 이상 공회전을 거듭한 충남 세종시 민간 아파트 건설이 되든 안 되든 조만간 판가름나게 됐다. 이곳 땅을 분양받은 건설사들의 각종 요구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최근 답변서를 보내며 사실상 마지막 선택을 하도록 건설업체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LH는 세종시 내 민간 아파트 건립과 관련, 건설업체들이 LH에 전달한 7가지 건의사항에 대해 항목별 답변을 6일 각 건설사에 공문으로 보냈다고 7일 밝혔다. 2007년 말 세종시 민간 아파트 부지를 분양받은 현대건설 등 10개 건설사는 세종시 조성계획이 수정안과 원안을 오가는 바람에 분양계획이 차질을 빚었다며 땅값을 내지 않고 LH에 토지계약 변경을 요구해 왔다. 10개 건설사의 미납액은 11월 말 현재 연체이자 856억원을 포함해 5530억원이다.

 ◆LH “연체료 절반 탕감”=10개 건설사는 10월 ‘세종시 시범생활권 사업 정상화 지원방안’이란 건의문을 통해 ▶택지공급가 인하 ▶연체료 100% 탕감 ▶설계변경 허용 ▶건설업체 희망 시 계약 해제 허용 ▶잔금 등의 납부기한 유예 등을 LH에 요구했다.

 LH는 이 중 연체이자 탕감 부분에 대해 세종시 수정안이 나왔던 지난해 9월부터 수정안이 부결된 올 6월까지의 이자 421억원은 빼주기로 했다. 또 잔금 납부 기한도 10개월 늘려주고 대형 아파트에서 서민형으로 설계를 바꾸자는 건설사 요구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건설업체들의 토지계약 해약 요청에 대해 계약금은 LH에 귀속하는 조건으로 수용한다고 했다.

 그러나 건설업체들의 핵심 요구사항인 땅값 인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를 수용할 경우 다른 택지지구와의 형평성 등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LH는 건설업체들이 20일까지 답변해 줄 것을 요청했다.

 LH 세종시사업단 오승환 판매부장은 “LH가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다 쓴 것”이라며 “최근의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청약이 순위 내에서 마감했고, 주택시장 분위기도 좋아지고 있어 건설업체들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그래도 손해 ”=건설업체들의 반응은 아직 삐딱하다. D건설사 담당팀장은 “연체료를 100% 탕감한다고 해도 땅값 인하 없이 사업할 경우 업체당 700억원 안팎의 손해가 예상된다”며 “차라리 계약금을 떼이고 사업을 포기하는 게 업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D건설사 담당부장은 “LH가 분양한 첫마을 아파트의 택지비는 3.3㎡당 200만원 안팎이지만 민간 건설업체들은 3.3㎡당 최고 300만원 선에 땅을 분양받았다”며 “LH의 첫마을 분양이 그나마 선방한 것은 땅값이 쌌던 데다 LH가 이익을 포기하고 원가 수준에 분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행복중심복합도시 건설청은 민간 건설업체들이 토지대금 납입을 거부할 경우 ‘계약 해제 후 공공분양으로 전환’을 검토 중이다. 건설청 주택건축과 정내화 사무관은 “1~2개월 안에 사업계획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며 “민간 건설업체들이 어렵다면 공공기관이 사업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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