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반가움, 쓸쓸함 … ‘음악 어장’에 몽땅 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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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선배들의 오프닝 무대에 오르면서 내공이 쌓인 것 같다”고 말하는 ‘안녕바다’. 왼쪽부터 명제(베이스)·준혁(드럼)·나무(보컬·기타)·대현(키보드). [플럭서스 제공]


안녕? 안녕! 안녕. 안녕만큼 문장부호의 지배력이 압도적인 단어가 또 있을까. 물음표는 그리움을, 느낌표는 반가움을, 마침표는 쓸쓸함을 극대화한다. 록밴드 ‘안녕바다’의 ‘안녕’은 어디에 가까울까. 아마도 이 세 문장부호를 모두 품은 감성의 바다를 유영하는 것 같다.

 나무(24)·대현(24)·준혁(32)·명제(28). 이들 넷의 조합은 2006년 홍익대 둘레에서 밴드를 막 시작했을 때부터 소문이 파다했다. ‘음악성과 비주얼을 두루 갖춘 팀’이란 평이 돌면서 이승환·언니네이발관 등 선배 뮤지션들의 오프닝 무대에 종종 올랐다. 이들이 최근 1집 앨범 ‘시티 콤플렉스(City Complex)’를 내놓았다. 지난해 이맘때 미니앨범으로 슬쩍 얼굴을 내밀더니, 이번엔 12곡짜리 정규앨범으로 본격 무대에 뛰어들었다.

 “우리 밴드의 홍대 생활 5년이 고스란히 담겼어요. 미니앨범에 비해 사운드적인 면에서 급성장하기도 했고요. 하하.”(나무)

 첫 정규앨범 자랑을 곰살맞게 늘어놓는 이 남자, 한때 ‘노란 뽀글머리’로 불리며 뭇 여성팬의 마음을 훔쳐냈던 리더 나무다. 지독한 곱슬머리에 노랑 물을 들인 외모 덕에 ‘홍대 아이돌’이란 별칭까지 얻었을 정도. 그런데 이번 앨범을 내면서 뽀글머리를 쫙 폈다.

 “‘별빛이 내린다’처럼 몽상적인 노래를 부를 땐 뽀글머리가 어울렸죠. 하지만 12곡짜리 정규앨범으로 활동하는데 한 가지 이미지로 고정될 순 없잖아요.”

 음악도 음악이지만, 데뷔 때부터 따라다니던 ‘아이돌’ 별칭이 부담스러웠던 듯도 싶다. 인터뷰 도중 “평균 연령이 스물일곱인데 무슨 아이돌이냐(준혁)”“아이돌이란 말 때문에 괜히 우리 음악이 부정 당하는 것 같았다(명제)”등 볼멘소리를 했다. 올해엔 드라마(SBS ‘나는 전설이다’, MBC ‘장난스런 키스’)에도 출연해 괜한 눈총을 받기도 했다.

“앨범 작업에 좀 지쳐있을 때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어요. 그저 재미있는 경험이었을 뿐 (드라마가) 우리 음악에 미친 영향은 없어요.”(나무)

 실제로 이들은 첫 정규앨범에서 단단한 음악 세계를 입증했다. 실제 악기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잇댄 연주가 인상적이다. 지난 미니앨범이 다소 실험적이었다면, 이번 앨범에선 다양한 장르와 사운드를 시도했다.

 “예전엔 좀 거칠게 작업했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라이브 무대와 음반은 다르잖아요. 라이브에선 자극적인 음악을 하더라도 앨범의 사운드는 깔끔하고 친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대현)

 이번 앨범은 12곡 모두 화자가 다르다. 12편의 단편소설을 읽는 듯 감성의 진폭이 넓다. 이를테면 타이틀곡 ‘내맘이 말을 해’에선 사랑에 상처 입은 소년이 말을 걸고, 강렬한 비트의 ‘파이트 클럽’에선 경쟁에 내몰린 도시인이 울분을 토한다.

 그러니 알겠다. 이들의 ‘바다’는 다양한 장르와 테마가 우글대는 ‘음악어장’이다. 그 바다의 심연에는 짙은 서정성이 묵묵히 흐른다. 나무는 “우리 노래는 누군가를 안아주고 위로하는 음악”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이들의 ‘안녕’은 물음표·느낌표·마침표를 모조리 끌어안은 것이다. 때로는 사무치게, 이따금 열정적으로, 얼마쯤은 애잔하게 록 음악을 변주한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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