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타결 결심한 MB

중앙일보

입력

이명박(얼굴)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안에 대해 ‘OK 사인’을 낸 것은 4일 오전이었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미국에서 양국 협상단이 마주 앉은 뒤로 협상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보고받는 등 사실상 담판을 지휘한 끝에 재가를 내린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특히 3~4일에는 외교안보라인 관계자들이 하루에도 여러 번 대통령 집무실을 찾아 상황을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양국 정부가 4일 오후 늦게 추가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자 이 대통령은 5일 오전 일찍 ‘한·미 FTA 협의 타결 관련 발표문’을 내놨다.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유럽연합(EU)·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인도 등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체결한 세계 유일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등 타결의 긍정적 의미를 강조하는 발표문이었다.

 이어 이 대통령은 5일 오전 8시부터 통상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 새로운 FTA 합의안에 대한 대(對)국민 홍보 문제와 국회 비준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은 회의 직후 당·정·청 고위 회동에도 참석해 여당에 협상 결과를 설명했다. 이에 앞서 오전 7시30분 청와대에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가 열렸다.

 이처럼 분주한 청와대와 정부의 모습은 한·미 FTA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간 이 대통령은 미국과의 FTA가 무산될까 걱정했다고 한다. 참모들에겐 ‘한·미 FTA가 안 되면 자동차 분야 무역마찰 때문에 제2의 도요타 사태가 우리에게 올 수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또 오바마 행정부와의 우호적 관계를 고려했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이양 연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서울 유치 등의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을 배려했다는 게 이 대통령의 평가다. 하지만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양국의 FTA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오바마 대통령은 국내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이 대통령으로선 이 점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한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이 5일 “이번 타결로 미국(정부)은 정치적으로 명분을 얻은 것 아니냐”고 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홍 수석은 쇠고기 문제에 대해선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협정문 어디에도 쇠고기의 ‘ㅅ’자, 비프(beef)의 ‘b’자는 없다”고 했다.

정진석 정무수석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보다 중소기업과 축산농가에 더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정치의 눈이 아닌 경제의 눈으로 FTA를 보자”고 주장했다.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