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TA 마지막 관문, 비준 … 한국 ‘흐림’ 미국 ‘맑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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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미 FTA가 발효되려면 한국 국회와 미국 의회의 비준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2007년 한·미 정상이 협정문에 서명하고도 3년이 지난 지금 추가 협상을 하게 된 건 이 관문 때문이었다.

 비준 시기는 양국 모두 내년 상반기가 ‘데드라인’이 될 수 있다. 2012년 정치일정 때문에 내년 하반기로 넘어가면 비준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질 수 있다. 2012년에 한국에선 4월 총선·12월 대선이 있고, 미국에선 11월 대선이 있다.

 ◆한국 국회=비준을 위해선 외통위와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FTA에 긍정적인 한나라당이 재적 과반(298명 중 171명)을 차지한 만큼 숫자론 문제가 없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 수위를 감안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협정문을 국회에 제출했을 때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의 대다수가 거세게 반발,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했다. 2008년 12월 외통위에 비준안을 상정했을 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해머까지 들고 저항했다.

 이번 추가협상은 여든 야든 “우리가 양보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래서 야당의 반발이 “과거 수준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충돌 시기는 정부가 국회에 협정문을 제출하는 내년 1월 이후다. 당장 외통위 절차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야당에선 “처음부터 다시 외통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에선 “추가협상분만 논의하면 된다”(김무성 원내대표)고 맞서고 있다. 기존 협정문은 2009년 4월 소란 속에 외통위를 통과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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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권을 쥔 남경필 국회 외통위원장(한나라당)은 “우리가 비준한 뒤 미 의회에서 쇠고기 문제를 거론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담보 없이는 상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쇠고기 문제를 재론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2008년 미 의회를 압박하기 위해 외통위 상정을 강행했던 때와 전략이 180도 달라진 셈이다. 한나라당 김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두르진 않겠지만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한·미 FTA 비준 동의안 처리는 내년 1월 출범하는 새 의회의 최대 현안이 될 전망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내년 1월 말 또는 2월 초로 예상되는 대통령 국정연설 이후 비준 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할 게 확실하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는 오바마 정부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FTA 이행법안을 심의하는 주무 상임위는 상원에선 재무위원회, 하원에선 세입위원회다. 예산이 수반되는 법안은 하원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는 헌법 규정 때문에 관세 등의 문제가 포함돼 있는 FTA 이행법안도 하원에서 먼저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하원의 분위기는 추가협상 타결 이후 변했다. 자동차 산업 중심지인 미시간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하원 세입위의 민주당 샌더 레빈 위원장과 공화당 간사인 데이비드 캠프 의원은 3일(미국시간)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달 중간선거 결과 공화당이 승리해 내년 1월 하원 세입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큰 캠프 의원은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장벽을 제거하고 최상의 협상 결과를 도출한 데 대해 오바마 대통령과 협상팀에 감사를 표한다”며 “협정이 이행될 수 있도록 초당적 정신을 바탕으로 행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리 없이 심의가 진행될 경우 내년 8월 미 의회가 여름 휴회에 들어가기 전 비준을 끝낼 가능성이 크다.

 변수는 쇠고기 산업을 지역구로 둔 상원 의원들의 행보다. 쇠고기 주산지인 몬태나주 지역구인 상원 재무위 맥스 보커스 위원장은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출 장벽을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깊이 실망한다”며 “행정부가 이 문제를 바로잡을 때까지 한·미 FTA에 대한 판단을 유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서울=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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