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보장” … ‘당근’ 에 혹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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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은퇴 이후에도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선 노후 ‘월급’인 연금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봉급생활자들의 노후 대비는 국민·퇴직·개인 연금의 3층 구조로 돼 있다. 이 중 퇴직연금제도는 기존의 퇴직금 제도를 대체하는 것으로 점점 많은 회사가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DB형이니, DC형이니 해서 용어부터 어려워 일반 근로자들이 고르기가 쉽지 않다. 자신에게 맞는 퇴직연금을 고르는 방법을 알아봤다.

DB(확정급여)형은 회사가 알아서 퇴직연금을 운용해 직원이 회사를 나갈 때 퇴직금을 주는 것이다. 이에 비해 DC(확정기여)형은 월·분기·연간 단위로 퇴직금을 계좌로 받아 자기가 알아서 굴리는 형태다. 이 때문에 많은 근로자는 현행 퇴직금 제도와 유사한 DB형을 택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DB형의 적립금은 13조9845억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66.8%에 달한다.

 그러나 ‘대세’를 따를 게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유형을 선택해야만 급여가 많아진다. DB형은 퇴직하기 직전 평균 소득에 근무 연수를 곱해 급여를 결정한다. 근무 기간 중 임금 상승률이 높으면 DB형을, 그렇지 않다면 DC형이 유리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사원·대리같이 앞으로 월급이 팍팍 뛰는 초짜 직장인에겐 DB형이, 임금 상승폭이 적은 간부급은 DC형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특히 DC형은 DB형으로 전환이 안 되지만 DB형에서 DC로 바꾸는 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좋다. 예를 들어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는 DB형을 택하고, 간부급이 됐을 때는 DC형으로 갈아타는 전략을 쓰는 것이다.

 흔히들 DB형이 회사가 굴리니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DC형은 매년 회사가 부담해야 할 부담금을 외부에 맡겨 놔야 하지만 DB형은 회사가 부담해야 할 퇴직금의 60% 이상만 예치하면 된다. 이 때문에 회사가 망하면 최대 40%까지 퇴직금에 손실이 생길 수 있다.

 ◆은행은 안정성, 증권은 다양성=퇴직연금의 형태를 골랐다면 퇴직금을 어디에 맡길지를 선택해야 한다. DC형을 고른다 하더라도 금융회사별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다르다. 금융회사를 고르는 제1 원칙은 ‘당근’에 혹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금융 회사가 ‘6% 수익률 보장’ 등을 내걸고 있지만 보장 기간은 대체로 1년뿐이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장기 자금인 만큼 운용처를 고를 때도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골라야 한다.

 대개 은행과 보험은 안정성이 높고, 증권사는 펀드·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과거 수익률을 비교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금융회사별 퇴직연금 운용 성적표는 금융감독원의 퇴직연금종합안내(pension.fss.or.kr)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사후 서비스 역량도 중요하다. 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한 근로자는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이런 교육 콘텐트나 서비스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DC형은 상품 선택이 중요=DC형은 근로자가 금융상품을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근로자의 상황에 맞는 투자 상품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투자 기간이 짧은 경우는 손실을 만회할 수 없기 때문에 예금 등 안정적인 상품에 투자하는 게 좋다. 반면 투자 기간이 길다면 펀드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것도 방법이다.

 DC형은 무엇보다 적당히 시기를 봐서 운용 자산을 바꾸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위험 자산만 고집하다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큰 손실을 볼 수 있고, 안전 자산만 선호하다간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게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에 나누어 투자하되 시장 상황을 살펴 가며 조절해야 한다. 처음 정기예금을 택한 뒤 주가가 많이 오르는데도 자산 갈아타기를 하지 않고 내버려 둔다면 DB형을 선택하느니만 못하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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