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엎질러진 물’ 수습 나섰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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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일 위키리크스의 외교 기밀 폭로 파문과 관련해 “국가안보에 위해를 줄 만한 사항은 일단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나 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천영우 외교안보수석 등이 말한 것으로 드러난 중국·북한 관련 언급이 대북·대중 관계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서방 언론에 문건들이 보도되기 전 지난 주말 미 행정부로부터 ‘이런 내용들이 보도될 것’이란 설명을 미리 들은 바 있다”며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사태를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기조를 세웠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관계 당국자들이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중대한 사안이므로 예의주시하되 타국 정부의 일이므로 사실관계 확인을 비롯해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는 보도된 문건 내용 중 사실 관계가 틀린 부분은 비공식 경로를 통해 적극적으로 바로잡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천영우 수석이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에게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 사무특별대표는 가장 무능한 관리’라고 언급한 건 천 수석의 생각이 아니라 북한 인사가 우다웨이 대표에 대해 말한 걸 전달한 것일 뿐” 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한·미 관계의 특수성상 양국 정부 당국자들이 정보나 정세 판단을 넓은 범위에서 공유해온 관행이 위축될 가능성도 외교가에서 제기된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미국이 이번 누출 사태로 우리에게 유감을 표명했지만 그걸로 수습이 되겠느냐”며 앞으로는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미국 측 파트너와의 대화에서 ‘말조심’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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