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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여, 국제기구의 주역이 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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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허경욱
주OECD대표부 대사

12월 2일부터 이틀간 서울대에서 국제기구 취업설명회가 개최된다. 지난해 이어 두 번째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아시아개발은행(ADB)·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유수한 국제기구들이 설명회를 열고 채용후보자 인터뷰를 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국제기구가 우리에게 갖는 의미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세계화의 진전으로 국제기구의 기능 및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 선언문에 언급된 국제기구만 24개에 달한다. 이러한 국제기구 내에서 많은 글로벌 이슈가 논의되고 결정되고 있다. 통화, 금융, 조세, 무역, 개발, 원조 등의 이슈들이 논의되고 제도와 규정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국익보호 차원에서 국제기구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

 예컨대 외환위기를 겪은 사람이 IMF에 진출해 만든 정책과 그렇지 않은 정책이 같을 수 없다. 우리와 국제기구의 관계는 과거 일방적 관계에서 쌍방적 관계로 바뀌고 있다. 과거의 규칙 수용자(rule taker)에서 현재 규칙 제정자(rule setter)로서, 우리의 지식과 경험을 국제기구에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OECD 각료이사회에 우리가 제기해 세계적 이슈로 부상한 ‘녹색성장’이나, 이번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코리아 이슈로 논의했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할 ‘개발’과 ‘글로벌 금융안전망’이 그 좋은 예다. 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 주도 개혁의 성공과 실패 요인에 대한 공동 연구프로젝트인 ‘개혁의 실현’, 내년 11월 한국에서 대규모로 개최될 제4차 원조효과 고위급회담 논의 등이 모두 우리의 개방, 개혁, 성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제기구 인력 진출에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력의 국제기구 진출 비율은 분담금 비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언어장벽, 경험부족, 그리고 국력부족 등이 그 이유로 제시된다.

 그러나 우리의 젊은이들은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대부분의 대학생이 어학연수·배낭여행의 경험과 적극적·진취적 기상을 갖고 있으며 29개 국제대학원에서 공부하는 1700여 명의 학생들, 매년 배출되는 1300명의 외국박사(미국박사 700명)들이 모두 국제기구 진출의 소중한 자산이다. 또한 한 세대에서 압축성장을 통해 수원(受援)국에서 원조공여국으로 도약한 우리의 특별한 경제성장의 경험,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를 통한 국제기구와의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 등은 앞으로 우리 인력의 국제기구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국제기구 인력 진출은 개인적 성취를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사항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의 청년실업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고, 궁극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국익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증진시키는 방법이다.

 국제화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국제적 마인드를 가진 인구 저변을 확대하며, 국제기구 진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포괄적이고 일관성 있는 국가적 전략을 수립하고, 정부 내에서 국제업무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며, 다양한 국제기구 설립 및 유치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

 G20 정상회의 개최 등으로 한국의 국격과 위상이 높아진 이 시점을 중요한 계기로 삼아 우리 젊은이들이 사고를 보다 넓히고 국제화해 세계를 품에 안고 도약하기를 바란다.

 청년들이여! 큰 꿈을 가져라. 국제기구의 주역이 되시라. 국익을 위해, 여러분들의 꿈을 위해.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 있다.

허경욱 주OECD대표부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