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 만큼 아니라 당한 만큼 응징 … 교전규칙 전면 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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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군부대가 적의 위협과 피해 규모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전시 교전규칙’을 전면 개정하기로 했다. 현행 교전규칙은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같은 종류와 수량(동종동량)의 무기를 사용하도록 돼 있지만 민간인 무차별 포격과 같은 상황에서는 현장 지휘관이 응징의 종류·규모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는 것이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30일 국회 국방위 업무보고에서 “기존 비례성의 원칙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적을 응징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교전규칙을 개정·보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같은 교전규칙 개정은 지난달 23일 연평도 공격 당시 북한의 해안포·방사포 150여 발 사격에 K-9 자주포로 80발만 대응사격한 데 대해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1953년 정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국제법을 위반해 민간인을 공격하는 비인도적 행위까지 저지른 이상 군 상황만 담은 현행 교전규칙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개정 교전규칙엔 평시 작전권을 행사하는 합참의장의 권한과 책임을 보장하고, 현장 지휘관의 재량을 강화해 적시 대응을 보장하는 내용도 담기로 했다. 민간인에 대한 공격에 대해서는 군에 대한 공격보다 대응 수위를 몇 배로 강화하는 내용도 담긴다. 북방한계선(NLL)과 방공식별구역(KADIZ), 해상작전구역(AO) 등에서의 작전을 위한 교전규칙도 추가해 보완키로 했다. 김 장관은 “현재 교전규칙은 유엔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이 운영하지만 1994년 합참의장이 평시작전권을 이양받았기 때문에 우리가 내용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발전시킨 뒤 유엔사령관과 (개정을)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방위는 이날 서해 5도 전력증강 예산 3105억원을 포함해 내년 국방예산 32조129억원을 의결했다. 당초 정부안보다 7334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롱펀치’ 연평도 배치 논란=이날 국회 국방위에선 국방부가 ‘서북도서 긴급 전력 소요’에서 연평도 등 서해 5도에 사거리 250㎞ 크루즈미사일인 딜라일라 수십 기를 배치하는 계획을 세운 데 대해선 적절성 논란도 일었다. 국방장관을 지낸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은 “육지에서도 사거리가 되는데 굳이 연평도에 장거리미사일을 배치할 필요가 있냐”고 말했다. 그러자 김 장관도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게 아니다. 내용이 부풀려졌다”고 물러섰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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