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대출계약서 7일까지 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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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현대건설 주주협의회가 현대그룹 측에 7일까지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예금 1조2000억원에 대한 대출계약서와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30일 정책금융공사에 따르면 주주협의회는 이날 메릴린치 등 공동 매각주간사를 통해 현대그룹에 이런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주주협의회는 현대그룹이 제출하는 자료를 검토한 뒤 추가 자료 요구가 필요한지를 검토할 방침이다. 만일 소명 자료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다시 5영업일의 시한을 주고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다. 현대그룹이 이때도 주주협의회가 만족할 만한 소명을 하지 못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공사와 외환·우리은행이 참여하는 주주협의회 운영위원회에서 3분의 2의 찬성으로 결의하면 MOU를 해지할 수 있다”며 “MOU가 해지되면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가 박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책금융공사는 곧바로 보완 자료를 내고 “주주협의회 약정서에 MOU 해지 규정이 없어 운영위 결의로 해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OU 해지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의미다.

익명을 원한 주주협의회 관계자는 “운영위가 아닌 주주협의회 차원의 의결이 있어야 MOU를 해지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며 “이 경우에도 몇 %의 찬성으로 MOU를 해지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주주협의회가 MOU 해지를 강행한다면 현대그룹은 소송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주주협의회의 요구에 대해선 “자료를 충실하게 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책금융공사가 요구한 대출계약서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은 MOU를 맺으면서 나티시스은행 예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담보나 보증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정책금융공사는 “정상적인 거래로 보기 어렵다”며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과 정책금융공사의 갈등이 지속하면 현대건설 매각은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렵다. 내년 1월로 예상되는 본계약(SPA)을 하기 위해선 주주협의회에서 80%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재 운영위에 참여하는 외환은행·정책금융공사·우리은행의 의결권 비율이 각각 20%를 넘기 때문에 이 중 한 곳만 반대해도 부결된다. 정책금융공사는 1조2000억원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MOU를 해지할 수 없다면 주주협의회 의결권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건설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김원배·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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