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들 “두 후배의 희생 헛되지 않게 반드시 복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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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전사한 해병대 연평부대 서정우(22) 하사와 문광욱(20) 일병의 영결식이 27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렸다. 운구행렬이 영결식장을 나서고 있다. 영결식에는 유족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최정동 기자]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전사한 해병대 병사의 합동 영결식이 열린 다음 날인 28일에도 해병대 전우들은 슬픔과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해병대 전우회 이재원(63) 홍보실장은 “어제 해병대가를 부르며 두 명의 해병을 배웅했지만 대부분의 전우들은 여전히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우리 후배가 죽은 것을 모두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전우들이 연평도에 직접 들어가 후배 장병들을 위로해 주고 싶어 한다”고 했다.

 27일 오전 10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체육관에서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전사한 서정우(22) 하사와 문광욱(20) 일병의 합동 영결식이 엄수됐다. 해병대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유족과 군·정·관계 인사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영하의 날씨 속에 간혹 눈과 섞여 내리던 비는 영결식 시작 전에 그쳤다. 하지만 영결식장을 채운 이들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서 하사와 문 일병의 약력이 소개되자 문 일병의 여동생 주미(13)양 등 가족들은 굵은 눈물 방울을 떨어뜨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장례위원장인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은 조사에서 “해병대의 자랑이었던 그대들에게 북한은 어찌 이리 극악무도한 만행을 저지를 수 있었나. 우리 해병대는 두 번 다시 참지 않을 것이다.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100배, 1000배로 갚아주겠다”고 말했다. 고인들과 연평부대에서 함께 생활한 동료 한민수 병장이 추도사를 이어갔다.

 “너희들이 죽음이 헛되지 않게 반드시 복수해주마. 사랑하는 정우야, 광욱아. 서북도의 수호신이 되어 연평도를 지키는 우리에게 힘이 되어 주렴.”

 영결식이 끝나고 시신이 운구될 때 해병대 현역과 예비역 300여 명은 운구 행렬을 멈춰 세우고 해병대 군가를 합창했다. 성남 화장장으로 운구된 시신은 오전 11시40분쯤 화장에 들어가 1시간20분여 만에 한 줌의 재로 남았다. 화장된 두 전사자의 유해는 오후 3시50분 대전 국립현충원에 나란히 안장됐다.

UDT(해군 특수전여단) 동지회 소속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군의 대응을 질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한때 차도를 점거하며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북한 규탄 대회 열려=해병대 전우회 회원 1500여 명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 앞에서 대북 규탄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폭력집단의 무력 침공으로 우리 군과 선량한 국민의 고귀한 목숨이 희생됐다”며 “이명박 정부는 모든 대북 지원을 중단하고 화끈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 등 북한이 수없이 도발을 할 때마다 친북 좌파 세력은 폭력집단인 북한을 옹호해 왔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들 세력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김정일·김정은 부자 사진과 북한 인공기가 걸린 깃발을 불태웠다.

 UDT(해군 특수전여단) 동지회 소속 100여 명도 이날 오후 국방부 앞 어린이공원에서 규탄 대회를 열었다. 대회 시작 전부터 “국방부 현판을 부수겠다”고 공언해왔던 동지회 측은 가스통을 집회 장소에 반입하려다 제지 당하기도 했다. 이어 대회 도중 공원 앞 도로를 점거하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권모(50)씨 등 회원 16명이 연행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들을 공무집행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 중이다. 

글=송지혜·심새롬·이한길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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