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착오의 연속, 거기에 장군의 고민 있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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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호 06면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이튿날인 11월 24일, 기자는 용산 전쟁기념관 사무실에서 백선엽(90·사진)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백 이사장은 6·25전쟁 3년간 사단장→군단장→육군참모총장을 거친 예비역 대장이다. 현역과 예비역을 통틀어 가장 많은 전투 경험을 갖고 있다.

6·25 산증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

-북한군의 기습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큽니다.
“해안포를 쏜 북한 4군단은 8만 명을 거느린 육군입니다. 세가 크지요. 반면 연평도를 방어한 한국군은 해군, 그중에서도 해병입니다. 해병은 상륙작전이 임무인 특수병과입니다. 육지에서 포격이 오가는 장기전을 수행하기에 적절치 않아요.”

-도발 공격을 받고 반격하기까지 13분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 대응이 늦은 것 아닙니까.
“(잠시 생각하다) 작전이 잘될 때는 잘되는데 세상이 딱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전쟁은 착오의 연속이에요. 제 맘대로 다 되는 것이 아니죠. 거기에 장군의 고민이 있는 겁니다.”

-대통령의 확전 자제, 도발 응징 메시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습니다만.
“대통령은 전반적인 전략을 지도하는 분입니다. 교전 상황에 일일이 얘기할 필요는 없어요.”

-북한은 왜 도발하는 걸까요.
“서해 5도가 다 해병대만 있는데…. 여기서 사수해야 합니다. 저놈(북한군)들이 상륙해 올 가능성도 있어요. 6·25 때도 보면 옹진에서, 개성 송악산에서 연속 도발하더니 은밀하게 쳐들어 왔습니다. 우린 장기적으로 투쟁해야 합니다. 안이하게 대처하면 안 돼요.”

-김정일이 김정은에게 권력을 물려주면서 벌인 일 아닙니까.
“북한은 하루 이틀 만에 붕괴되지 않습니다. 김정일이 죽어도 금방 붕괴 안 돼요. 지도부가 군인들을 잘 먹이고, 잘 입히고 벤츠까지 주고 그러지 않아요? 그래서 북한 정권이 유지되는 겁니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되죠.
“6·25 남침은 노서아(소련)가 주도했어요. 스탈린이 전차 300대, 전투기 200대, 대포 1300문, 군사고문단 3000명을 동원했죠. 2개월 만에 목포·부산까지 점령한다는 계획이었어요. 이쪽은 전차 한 대, 비행기 한 대 없었습니다. 그때 미군이 안 왔으면 대한민국은 붕괴됐을 겁니다. 우린 안보에 관한 한 미국과 철저하게 같이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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