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세븐’ 부활하나, 용인은 7주 연속 상승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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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호 22면

최근 경기도 용인을 비롯한 ‘버블세븐’ 지역의 집값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주택시장 바닥론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25일 오전 용인 수지구 신봉동의 LG 자이 3차 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신봉마을의 모습.

“한참 떨어졌을 때는 109㎡짜리(약 33평)가 3억5000만~3억6000만원에 거래됐는데 9월 이후 3억8000만~3억9000만원까지 올랐어요. 바닥을 치긴 쳤는데 아직은 급매물이 소화되는 수준이지 본격 반등을 말하기엔 이른 것 같네요.”

주택시장 바닥론 현장에서 봤더니 ① 급매물 사라진 아파트 매매시장

24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봉마을의 LG자이 1차 아파트 정문 앞에서 만난 최의규(부동산랜드 신봉 대표) 공인중개사가 전하는 최근 거래 분위기다. 입주 7년째인 신봉 LG자이 1차는 24개 동에 1990가구로 신봉마을에서 최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다. 신봉마을은 용인 수지에서 비교적 새 아파트가 많고 고속도로가 가까워 주거지로 선호되는 곳이다.

국토해양부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이 단지의 109㎡짜리는 2006년 11월 5억8000만원까지 거래가 이뤄졌다. 정부가 용인 수지를 비롯한 일곱 곳(서울 강남·서초·송파구와 양천구 목동, 경기도 분당·평촌신도시)을 ‘버블세븐’이라고 부르며 집값 거품을 경고하던 때다. 신봉 LG 1차 109㎡짜리의 가격은 이때가 최고점이었다. 최 대표는 “당시 판교신도시 분양이 큰 인기를 끌면서 판교와 가까운 이곳까지 후광 효과가 나타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집값이 꾸준히 내려가더니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3억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5월 이후엔 간신히 4억원대를 회복했으나 올 들어 다시 3억원대 중반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추석을 고비로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것이 중개업 경력 12년인 최 대표의 ‘육감’이다. 그는 “최저점과 비교한 집값 상승률은 10%에 가깝다. 하락폭이 워낙 깊었던 만큼 반등폭도 컸다”고 말했다. 이어 “한때 급매물도 모자라 급급매물까지 나왔으나 지금은 자취를 감췄다”며 “매수자와 매도자가 모두 관망하고 있어 거래는 소강 상태”라고 전했다.

용인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경부고속도로의 동쪽에 위치한 죽전지구를 찾아갔다. 새터마을 죽
전힐스테이트 단지(23개 동, 1998가구) 앞에서 영업하는 김영기 랜드죽전 대표는 “최근 집주인들이 저가 매물은 거둬들이고 호가를 올렸다”며 “하지만 사려는 사람은 추격 매수에 나서지 않아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고 소개했다. 그는 “109㎡짜리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5000만~1억원이나 올랐다”며 “집값과 차이가 줄어들자 이 기회에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일부 있다”고 덧붙였다.

분당선 전철 보정역 부근에 있는 ‘한화 꿈에그린’ 모델하우스의 조민기 대리는 “예전에는 단순히 구경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구매 의사를 갖고 진지하게 상담하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입주 시점에 집값이 분양가에 미치지 못하면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계약금 보장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회사로선 내년 이후 용인 지역의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하는 것을 감안할 때 집값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덧붙였다.

10월 아파트 실거래 신고 4만1342건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부터 버블세븐 전 지역에서 아파트값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 버블세븐 집값이 일제히 오른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지난해 9월은 은행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대출자의 소득이 빚을 갚기에 충분한지 따지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강남 3개 구에서 수도권 전 지역으로 확대된 시점이었다. 이 회사의 이영진 연구소장은 “버블세븐은 주거 선호도가 높아 수요층이 두터운 지역”이라며 “전세가 급등 영향으로 중소형 위주로 거래가 살아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도 “이달 들어 19일까지 버블세븐 아파트 값 상승률은 0.02%로 올 1월(0.27%) 이후 10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지난해 가을 대출규제가 확대된 이후 하락폭이 컸던 양천구와 분당의 중소형 아파트값이 회복하면서 전체 버블세븐의 가격 반등에 힘을 실어줬다”고 설명했다. 같은 버블세븐이라도 작은 집일수록 많이 오르고 큰 집은 덜 오르거나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차별화가 심하게 나타났다. 주택 면적별로 살펴보면 66㎡(20평) 이하는 0.31% 오른 반면 135~165㎡(41~50평)는 0.11% 하락했다. 부동산114는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으나 예전과 같은 급등 요인도 없다”며 “당분간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가격회복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별로는 용인의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용인은 10월 중순 버블세븐 중 가장 먼저 반등에 성공한 이후 이달 말까지 7주 연속 올랐다. 이 회사의 구혜림 애널리스트는 “용인은 DTI 규제에 따른 부동산 경기침체에다 지난 8~10월(4798가구)에 집중된 입주물량까지 겹치면서 10월 초까지는 하락세를 보였다”며 “최근 바닥을 쳤다고 생각하는 매수자가 늘어나며 급매물 위주로 거래되고 동천·상현동 등 일부 지역은 이미 급매물이 소진됐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통계를 봐도 가을로 접어들면서 주택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나아졌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국토부가 최근 공개한 ‘10월 신고분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거래 신고건수는 4만1342건으로 전달에 비해 22.7% 늘었다. 이 중 서울·경기도·인천 등 수도권은 모두 1만2401건으로 37.5%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거래가 되살아나는 가운데 수도권이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는 얘기다. 수도권의 아파트 거래가 1만2000가구를 넘어선 것은 지난 3월(1만4293건) 이후 7개월 만이다.

한은이 25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지수 분석’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주택·상가 가치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5를 기록해 지난 3월(105) 이후 가장 높았다. 앞으로 6개월 뒤 주택·상가의 값어치가 오를 것이라고 내다본 사람이 내릴 것으로 보는 사람보다 약간 많았다는 뜻이다. 특히 월 소득 500만원 이상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109로 나타났다. 소득이 높을수록 향후 집값의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은의 조사는 지난 12~19일 전국 56개 도시의 2200가구를 대상으로 했다.

보금자리 앞세워 분양시장도 ‘봄바람’
신규 분양시장에도 때 아닌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25일 마감한 3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접수 결과가 대표적이다. 서울 강남권의 공급 물량이 전혀 없었는 데도 일반 분양에서 평균 4.7대 1의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구별로는 서울 구로구 항동이 1순위 청약에서 4.3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고, 경기도 하남 감일지구는 일부 단지의 2순위 청약을 포함해 5.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5월 실시한 2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때 경기도 2개 지구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한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선 집값이 바닥을 지나 미약하지만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이달 초 ‘2011년 주택·부동산 시장전망’ 발표문에서 “내년 집값은 전체적으로 올해보다 1~2%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반등은 하겠지만 그 폭은 물가상승률 미만일 것이란 전망이다. 허 연구위원은 “내년 입주 물량은 199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집값이 상승하더라도 과거의 호황기와 달리 국지적·상품별로 차별화된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계 모건스탠리 증권도 2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구가 줄고 주택 보유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이 확산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공급 부족으로 내년 주택 가격과 거래는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23일 건설주택포럼 주최 세미나에서 “흔히 일본식 버블 붕괴론자들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수요 감소를 내세우지만 시장에선 공급도 수요 못지않게 중요한 변수”라며 “최근 부산의 집값 급등에서 보듯이 인구가 줄어도 공급이 더 크게 줄어들면 집값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피드뱅크의 분석에 따르면 내년 서울 지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1035가구로 올해(3만4621가구)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이어 2012년에는 1만4188가구로 더 줄어 올해의 40%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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