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달라도 된다' 조언에 큰 힘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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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오후 전화가 왔어요. 마이클 잭슨이랍니다. 믿기지 않았죠. 잠깐 네버랜드에서 볼 수 없냐고 묻더군요."

미국프로농구 LA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32). 그의 멘토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도 아니고, 팀의 대 선배 매직 존슨도 아니었다. 바로 지난해 50세 일기로 세상을 떠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었다. 그는 잭슨을 만나면서 자신의 인생관을 확립했다고 인터넷 ‘야후 스포츠’ 인터뷰에서 밝혔다.

잭슨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18세 신인이었다. 잭슨은 20살 어린 코비를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보는 것과 같은 동질성을 느꼈다고 한다. 천재적인 재능을 갖췄지만 주변으로부터 많은 오해를 받는 모습까지 자신과 너무나 닮았다고 생각했다. 당시 코비는 ‘유럽파’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시기로 팀 동료들과의 관계가 원만치 못했다. 언론도 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을 때였다. 잭슨은 코비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껴 자신의 저택인 네버랜드에 꾸준히 초대해 여러 조언을 해줬다.
코비는 “마이클은 내가 나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게 한 인물이다. 더 스마트하고, 샤프한 방법으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깨닫게 하는 데는 그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나의 멘토는 운동선수가 아니었다. 마이클 조던도 아니다. 바로 마이클 잭슨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코비는 특히 잭슨의 ‘완벽주의’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마이클은 앨범제작을 어떻게 하는 지, 투어 준비는 어떻게 하는 지, 처음부터 완성단계까지를 차곡차곡 설명해줬다. ‘스릴러’, ‘배드’ 앨범을 제작하면서 정말 미세한 부분까지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알게 됐다. 바로 그 때, 난 내 자신을 찾았다.”
잭슨의 완벽주의는 코비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치광이(psychotic)’ 수준이었다고. 그는 2000~2002년까지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것에 대해서도 “난 당시 우승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준비를 했다. 다 마이클 덕분”이라고 밝혔다.

코비는 잭슨의 음악에 대한 접근처럼, 농구에 대해 완벽주의적인 자세로 임했다. 코비의 준비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는 경기 전 상대팀 비디오 테이프를 공부하며 누가 자신을 마크할 지를 미리 대비하고, 레이커스의 스카우팅 리포트에 없는 부분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한 농구 관계자는 “자정이 넘도록 스카우트와 이메일을 주고 받는 것도 리그에서 코비 뿐”이라고 말했다. 코비는 “난 하루에 3시간만 자기 때문에 이 모든 게 가능하다”고 밝혔다.
잭슨의 조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다른 사람과 달라도 된다는 말이 가장 와 닿았다”는 게 코비의 대답이었다.

잭슨은 또 ‘진정한 경쟁상대는 남이 아닌 바로 자신’이라는 걸 깨닫게 했다면서 “한계에 도전하라고 계속 말했다. 그런 말들이 나를 터프하게 만들었다”며 “이후 나는 동기유발이 따로 필요없는 사람이 됐다. 나 자신의 존재 자체가 동기유발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와 마이클은 같은 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잭슨이 ‘좋아하는 것을 향한 강박관념은 괜찮다’며 “책도 여러 차례 선물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잭슨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절친한 관계를 유지했다. 코비는 “마이클이 과거에 네버랜드에서 결혼식을 올릴 것을 제안한적이 있다”며 “하지만 언론이 두려워 그냥 작은 교회에서 했다”고 정중히 거절한 일화도 소개했다.

레이커스에 잭슨의 영향을 받은 선수는 코비 외에도 또 있다. 바로 론 아테스트. 본지와 인터뷰서 “나의 인생영웅은 마이클 잭슨”이라고 밝힌 바 있는 그는 지난 시즌 잭슨의 명반 ‘스릴러’가 37주 동안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한 것을 기려 등번호 37번을 입기도 했다.

LA중앙일보=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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