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전사자 '추모시'에 네티즌 '눈물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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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전사한 서정우 병장, 문광욱 일병을 애도하는 추모시가 등장했다. 각종 포털사이트를 통해 올라온 이 추모시들은 전사자를 향한 안타깝고 슬픈 마음을 글로 표현해 네티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박민옥씨가 쓴 '집에 가라 아들들아'는 모성애를 바탕으로 쓴 추모시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마음을 절절하게 써내려갔다. 이 추모시에는 "못된 녀석들 나쁜 녀석들. 어머니가 너희 온다고 손수 차린 밥상 식으면 어쩌려고 그러니. 고대한 엄마품도 단숨에 고민없이 사방팔방 떨어지는 포격속에 엄마품을 뒤로 하고 전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니" 등의 내용이 담겨져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닉네임 '악의 꽃'을 사용하는 중학생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방과 후 TV를 통해 사고 소식을 들었다"며 "우리나라를 위해 한 몸 바치신 그들을 가슴속에 영원히 새길 것을 약속하며 서툰 실력이지만 추모시를 써봤다"고 말했다. 그의 추모시 내용에는 "그깟 시험 보기싫어 전쟁나길 바랬었네. 설마 정말이겠어 웃고 흘려 넘겼다네. 그 시간에 그대들은 무얼하고 있었는가. 그대들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건만은. 오늘도 수치심에 고개 들지 아니하네"라고 적혀있으며 여중생의 눈으로 바라본 이번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있다.

추모시를 접한 네티즌들은 "시를 보니 다시 한번 가슴이 아려온다" "국민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 두 전사자에게 이 마음이 꼭 전달됐으면 좋겠다"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두 청년의 전사를 애도했다.

(다음은 추모시 '집에 가라 아들들아'의 전문이다.)

집에 가라 아들들아

박민옥

기다리던 마지막 휴가잖니
어딜 돌아가느냐
어제 하루종일 설레임으로 잠 못든 고단한 몸인데
어딜 돌아가느냐

앞만 봐라 앞만 봐라
엄마품으로 돌아가는 선착장이잖니
뒤돌아보지마라 돌아보지마라
아무리 너희들에게는 어제까지 받들고 지켜주던 또다른 고향이라지만
거기에는 불포탄이 떨어진단다
뒤돌아 보지말고 너희 고향으로 어서가야지

못된 녀석들 나쁜 녀석들
어머니가 너희 온다고 손수 차린 밥상 식으면 어쩌려고 그러니
고대한 엄마품도 단숨에 고민없이 사방팔방 떨어지는 포격속에
엄마품을 뒤로 하고 전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니

전우들 품으로 돌아가던 그 때
매몰찬 배신의 불포탄이 울 아들 둘을 잡아갔네
자랑스런 울 아들 거침없는 울 아들
울 아들들은 결국 연평도를 벗어나지 않았다네

집에 가라고 부추기던 엄마품을 떠나더니
전우품에서 나라의 아들이 되었구나
세상에서 가장 단정한 모습으로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충성스러운 붉은 명찰 전우를 위하던 노란 마음

그 날 선착장을 머물던 설레이던 넋이나마
언제든 원한다면 날 수 있는 비둘기 되어 훌훌 날아 바다건너 엄마품으로 돌아가려무나
그렇게 그렇게 나라의 아들로서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가려무나

장하다 못난 녀석들아
장하다 울 아들들아

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유혜은 기자 yhe111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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