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앱 개발로 중소기업 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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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최재붕 교수(오른쪽에서 둘째)가 함께 연구하는 학생들에게 ‘중소기업을 위한 스마트폰용 앱’ 개발의 기본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23일 오후 2시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제1종합연구동 연구실. 기계공학부 최재붕(45) 교수와 6명의 남학생이 둘러앉았다. 이들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하나씩 들려 있다.

 “요즘은 어떤 애플리케이션(앱)이 인기가 많아?”

 최 교수의 질문에 학생들은 ‘말을 따라 하는 앱’ ‘재미있으면서 간단한 조작으로 할 수 있는 게임’ ‘정보를 주는 앱’ 이라고 답했다. ‘어제 트위터로 친구가 추천한 것’이라며 한 학생이 고양이 캐릭터가 그려진 앱을 작동시켰다. 모니터 안의 고양이가 말을 따라 하고 때리면 ‘악’ 소리도 지른다. 학생들은 ‘간지럼을 태우면 웃는 프로그램을 추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웃고 떠들기 때문에 장난 같지만 이들은 회의를 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스마트폰용 앱으로 탄생한다. 기계공학과 대학원생 설상훈씨는 “아이디어를 낼 때 제일 중요한 것이 값이 싸면서도 재미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균관대는 정부가 지원하는 2단계 산학협력중심대학이다. 교육과학기술부·지식경제부는 지난해 7월 성균관대를 비롯해 산업기술대, 한양대(안산), 인천대 등 17곳을 산학협력중심대학으로 선정했다. 대학들은 2013년까지 해마다 20억원씩을 지원받는다.

 성균관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하는 산학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 교수팀이 진행하는 ‘중소기업을 위한 스마트폰용 앱’ 개발도 그중의 하나다. 이는 중소기업의 기술과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결합해 스마트폰용 앱을 개발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구취측정기를 개발하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이용해 휴대전화에 장착하는 액세서리를 만들어 앱과 함께 판매하는 것이다. 앱을 실행한 뒤 액세서리에 입김을 불면 구취측정기가 작동한다.

최 교수는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아이팟터치·아이폰·아이패드용 앱은 31만여 개에 달하지만 갤럭시S 등 삼성 스마트 디바이스용 앱 등록 수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에 착안했다. 그러나 앱은 제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선호하는 층도 다양하고 취향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앱 연구원들이 이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삼성은 최 교수팀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롱엘텍의 김진국 대표는 “중소기업의 상품이 대기업 제품과 연계되어 글로벌 마케팅에 노출되는 것보다 성공적인 비즈니스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 이익이 되는 윈윈 게임이다.

 앱을 제작하기 위해 스마트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학생 10여 명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들은 매주 2~3차례 회의를 열고 아이디어를 냈다. 지난달 초부터 개발한 앱은 10여 개. 스마트폰에 끼우면 게임기가 되는 ‘게임기 컨트롤러’, 가족 등에게 본인의 위치를 전송하는 ‘전기 치안퇴치기’ 등 6개는 특허까지 출원했다.

 내년 3월까지 아롱엘텍·에이스엔·이지코리아·비즈메딕·티움솔루션즈 등 경기지역 5개 중소기업의 제품을 이용한 앱이 삼성전자 스마트 디바이스 앱스토어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앱 판매 수익금은 삼성전자와 중소기업이 일정 비율로 나누게 된다.

수원=최모란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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