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없어진 한쪽 다리 찾아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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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한 장병들이 24일 오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23일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전사한 고(故) 서정우(21) 하사와 문광욱(20) 일병의 분향소가 24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앞서 해병대사령부는 두 장병을 1계급 진급시킨 뒤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들은 사망 원인을 명확하게 알기 전까지는 장례 절차 논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해군 측이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유족들은 이날 오전 6시 전사자 시신에 대한 검안에 참여했다. 서 하사 유족은 시신의 한쪽 다리 일부를 찾지 못했다며 수습해줄 것을 군 당국에 요청했다. 문 일병은 명치 부분에 파편을 맞은 흔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유족들과 장례 절차를 협의한 뒤 27일 해병대장을 치를 계획이다. 군은 “국방부의 승인을 받아 유족들이 사고 현장을 둘러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경상을 입고 수도병원으로 이송된 장병 15명은 이날 본격적인 치료를 받았다. 최주호 병장 등 중상자 6명은 응급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국군수도병원 관계자는 “중상자 중엔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간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상자 중 생명이 위독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인표 하사 등 경상자 9명은 일반병동에서 치료를 받았다.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된 부상 장병들은 포격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중상을 입고 이송된 김지용(21) 상병은 “꽝! 귀청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입에서 피가 나고 목에서는 피가 솟구쳤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고 가족들에게 전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김 상병은 전사한 서정우 하사 등 휴가자들을 선착장으로 배웅하고 차량을 타고 돌아오던 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고막이 찢어질 듯한 폭발음이 귀청을 때렸다. 부대로 돌아왔을 때 북의 2차 포 사격이 가해졌다. 갑자기 ‘꽝’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순간 눈앞이 가물가물해졌다. 입에선 피가 나고 목구멍에선 피가 솟구쳤다. 옆에 있던 간부 한 명이 파편상을 입은 김 상병의 목 부위를 누르며 지혈을 시도했다. 김 상병은 몸에 수많은 파편이 박혔다. 손가락은 부러졌다. 목 부위는 찢어졌는지 피가 계속 솟구쳤다. 쓰러지고 얼마 지나자 북한의 포 사격이 멈췄다. 한 발짝만 포탄 쪽으로 움직였으면 몸이 통째로 날아갈 상황이었다.

 ◆조문 발길 줄 이어=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원유철 국회 국방위원장 등 정·관계 인사들은 이날 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손 대표는 오전 11시20분 민주당 지도부 8명과 함께 조문했다. 손 대표는 유족들에게 “북한의 무력 도발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꽃다운 나이에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친 장병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아 “고귀한 희생을 한 두 분의 명복을 빈다. 영토를 지키기 위해 단호하고 확실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하사가 다니던 단국대의 장호성 총장과 교수·학생들이 찾아와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법학과 학과장인 김형남 교수는 “정우는 인사성도 밝고 정말 모범적인 학생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글=심새롬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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