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팅(Sting) - 〈Brand New Da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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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을 듣다 보면 항상 신보가 기다려지는 뮤지션들이 있다. 고정된 틀에 얽메이지 않으려는 자유분방함이 그들에게선 느껴지는데 U2, 팻 메쓰니 그룹 (Pat Metheny Group), 그리고 스팅 (Sting)의 음악은 이러한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성공적인 록 트리오 폴리스 (The Police) 의 영광을 뒤로 한채 솔로로 데뷰하여 내놓은 4장의 스튜디오 음반들 - 〈Dream Of The Blue Turtle〉 (1985년), 〈...Nothing Like The Sun〉 (1987년), 〈The Soul Cages〉 (1991년), 〈Ten Summoner's Tale〉 (1993년) - 은 각기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인 역작이었고 그에게 '뮤지션을 위한 뮤지션'이란 찬사를 안겨주었지만 〈Mercury Falling〉 (1996)의 미적지근한 반응 이후 영화 출연외엔 별다른 음반 작업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의 침묵이 더욱 새로운 작품에 대한 기대를 크게 갖게끔 하였다.

폴리스의 명반 〈Synchronicity〉 (1983년)를 비롯하여 그동안 스팅과 좋은 궁합을 보여준 프로듀서 휴 패점 (Hugh Padgham)이 손을 떼고 키퍼 (Kipper)라는 생소한 인물이 공동 제작한 신보 〈Brand New Day〉에 수록된 총 9곡의 트랙 (자켓엔 11곡이 적혀있지만 여기엔 19초짜리 짧은 연주곡과 인터뷰 비디오로 구성된 MOV 파일까지 포함되어 있다) 엔 그간의 심적 고생이 베어 있는듯 하다.

어느 정도의 연륜이 있는 뮤지션이라면 과감한 음악적 변신을 꾀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전작 음반의 실패에 비추어 볼때 안전 지향의 시도를 하리라 예상했지만 그것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첫 싱글로 정해진 타이틀트랙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곡들은 그리 상업적인 음악은 아니다. 게다가 'Englishman In New-York', 'Fragile', 'Shape Of My Heart' 같은 발라드 성향의 곡들은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급속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트립합 경향을 도입하여 몽환적인 분위기로 몰고가는 'A Thousand Years' 나 'Desert Rose'등에서 스팅에겐 매너리즘이란 말은 거리가 먼 단어란 생각을 갖게 한다.

그리고 스튜디오 세션부터 공연까지 연계되는 스팅 (보컬,베이스) - 도미닉 밀러 (기타) - 비니 컬레이유타 (드럼)로 고정된 라인업은 웬만한 록밴드를 능가할 만큼 이제는 안정된 연주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작품은 아마 스팅의 음반 중 가장 팔리지 않은 음반으로 기록될지 모르지만 (그다지 쉽게 귀에 들어올 만큼 주목을 받을 만한 곡이 없다는 게 본작의 약점이다.) 자신만의 고집으로 밀고간 〈Brand New Day〉는 제목처럼 스팅 음악 인생의 새로운 나날이 될 것이다.

[P.S] 최근 개봉된 영화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사운드 트랙에 참여,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명곡 'Windmills Of Your Mind'를 특유의 분위기 있는 보컬로 불러 주었다. (이번 신보엔 수록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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