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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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날씨가 쌀쌀하다 싶더니 벌써 내년도 수첩이 나온다. 새털같이 많은 날이란 말도 있지만 하루에 아침은 두 번 오지 않는다(一日難再晨).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 게 한 해(年)이며(往而不來者年也), 젊은 날 또한 돌아오지는 않는다(盛年不重來). 그래서 청춘은 다시 오지 않으니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白日莫虛送靑春不再來)고 한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 것이다(歲月不待人).

 지난주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들 가운데는 일각천금(一刻千金)의 깊은 뜻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소의 뿔에 책을 걸쳐 놓고 본다는 우곽괘서(牛角掛書)의 노력을 왜 기울이지 않았나 하며 한탄해도 올해 수능은 이미 끝났을 뿐이다.

 천자문(千字文)에서는 시간의 귀중함을 ‘척벽비보(尺璧非寶)요 촌음시경(寸陰是競)이라’고 말한다. ‘한 자나 되는 구슬을 보배로 귀히 여길 게 아니라 촌음을 다투는 게 더 중요하다’며 시간의 귀중함을 역설한다. 여기에 나오는 ‘다툰다’는 뜻의 경(競)자와 관련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다. ‘두 사람이 달리기 시합을 하는 모양’이라 하기도 하고, 두 명의 사람(人) 위에 말(言) 둘을 올려 놓은 글자로 ‘두 사람이 서로 뻗댄 채로 말다툼을 한다’는 데서 ‘다툰다’는 뜻이 나왔다고도 한다.

 다툼은 언제나 치열하기 마련이다. 말을 타고 빨리 달리기를 겨루는 건 경마(競馬)요, 남보다 우위에 서려고 서로 다투는 건 경쟁(競爭)이다. 투표를 통해 대표를 뽑는 행위는 경선(競選), 서로 비등한 실력으로 다투는 건 경합(競合)이다. 영업상의 경쟁은 경업(競業), 기량을 다투는 건 경기(競技)다.

 12일 개막된 중국 광저우(廣州) 아시안게임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언론에선 각국의 명예를 걸고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의 성적을 국가별 메달 집계로 표시한다. 한데 그 메달 집계가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중국의 독주 때문이다. 총 476개의 금메달 중 중국이 절반 가깝게 휩쓸지 않을까 싶다. 나머지 41개 참가국 중 한·일을 빼곤 자칫 들러리 신세다. 중국에서도 너무 했다 싶은지 다음 대회부터는 대학 등 아마추어에서 선수를 내보내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무엇이든 지나쳐서 좋을 건 없는 법이다.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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